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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r 17. 2024

어떻게 하다가 이런 일을 하게 되었을까


아내랑 같이 동네 한 바퀴 돌아볼 때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도심과 주택가가 어우러져 있는 지역이어서 다양한 가게들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걸어서 10분 이내에 편의점이 대여섯 곳이 있다.

카페가 10곳 정도 있고 미용실도 그만큼 있다.

순댓국집, 해장국집, 닭갈비집, 고깃집, 횟집이 여럿 있다.

큰길로 나가면 우체국도 있고 은행들도 종류별로 있다.

KT, SKT, LG유플러스의 통신사 대리점들도 있다.

한의원도 있고, 안과, 치과, 정형외과, 피부과, 소아과, 비뇨기과, 정신과 병원들도 즐비하다.

과일야채가게, 정육점, 빵집도 두세 개씩 포진해 있다.

이 동네 토박이 할머니들이 채소를 파는 노점상도 있고 붕어빵을 파는 포장마차도 있다.

가끔 아내에게 묻는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하다가 저 일을 하게 됐을까?”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그들도 어렸을 때에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고 과학자가 되겠다고 했을 것이다.




반대급부로 나는 어쩌다가 지금의 이런 사람이 되었을까? 나도 한때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육군 대장이 되겠다고 했던 적도 있다.

그 당시는 육군 대장이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솔직히 육군 대장이 별 몇 개를 다는지는 몰랐다.

그냥 대장이 최고로 높은 군인인 줄 알았다.

학교에서 현미경을 사용하는 법을 배웠을 때는 며칠 동안 현미경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면서 위대한 과학자가 되는 꿈을 꾸었다.

그런가 하면 날마다 집 옆에 있는 교회에서 놀다 보니까 교회에서 일하는 목사님이 되면 어떨까 하는 꿈도 꾸었다.

그건 좀 쉬울 것 같으니까 먼 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사람들에게 기독교를 전하는 선교사가 되면 어떨까 하는 꿈도 꾸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어떤 친구들에게는 학교 선생이라는 직업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졌던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직업이 굉장히 좋아 보였다.




집에서 자동차를 타고 5분 정도 가면 ‘잡월드’가 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종종 갔었다.

아이들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직업 체험을 하다 보면 자신이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갈지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부모가 하는 일을 눈여겨보다가 그 일을 자신이 이어받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이 일 저 일 하다가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발견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삶의 밑바닥에 떨어져서 선택할 일이라고는 딱 하나밖에 없었다고도 한다.

그 일이 그 사람을 살렸고 지금까지 살게 하고 있다고 말한다.

대학에서 한국어교육을 전공한 내 동기들 대부분은 중고등학교의 국어 선생으로 지내고 있다.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 길을 택했다.

반면에 나는 그 길 말고 다른 길을 택했다.

만약 이 일을 택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가졌을까?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아도 좀처럼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사회 초년생일 때 택했던 일이 그 사람의 평생 직업이 되었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언제든지 이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생판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전에 했던 일과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일을 택한다.

그래야 경력도 쌓이고 능력을 발휘하기도 쉽다.

처음부터 카페 사장이 된 것이 아니다.

커피를 좋아하고 카페 분위기를 좋아하고 커피와 관련된 일과 정보를 접하다가 보니까 카페 사장이 되었을 것이다.

총각네 야채가게 사장님도 그런 과정을 겪었을 테고 닭갈비집도 삼겹살집도 그랬을 것이다.

아무런 관심도 없고 정보도 없고 경험도 없었던 일에 풍덩 뛰어든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먼 훗날 내가 하게 될 일을 위한 준비 운동이라 할 수 있다.

잘 준비하고 잘 배우고 잘 익히면 먼 훗날 맞이할 일들을 잘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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