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은석 May 15. 2024

나에게 맞는 테니스 자세를 찾기 위한 노력


한 달 전부터 밤에 실내테니스장에 가고 있다.

운동은 해야겠는데 딱히 마음이 당기는 운동이 없어서 테니스를 치기로 했다.

2천원이면 60개의 공이 나온다.

카드에 금액을 충전해서 사용하는데 한 번 갈 때마다 300개 정도의 공을 친다.

처음에는 그냥저냥 했다.

내 테니스 실력은 초보 단계를 갓 넘은 수준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초보를 어느 정도 실력이냐라는 논란이 일 수도 있다.

테니스 치는 사람들은 구력이 얼마나 되었냐고 묻는다.

15년 정도 되었다고 대답하면 내 실력이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고작 15년밖에 안 되었으니 고만고만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테니스를 친 년수에 따라 수준이 차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의 경우는 구력을 말하기도 애매하다.

테니스를 제대로 배운 기간이 얼마 안 되기 때문이다.

그냥 우리끼리 재밌있게 치면서 15년의 시간을 이어왔다.




이런 상태이다 보니 실내 테니스장에서 공을 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고작 2개의 코트밖에 없으니 기다리는 사람들이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고수들은 일정한 방향으로 공을 보낸다.

공을 칠 때의 각도와 팔의 힘을 일정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공이 네트를 넘어가기는 하는데 내가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꽂히지는 않는다.

나보다 실력이 좋은 사람이 칠 때 뒤에서 유심히 지켜보았다.

자세가 달라 보였다.

나보다 잘 치는 사람은 동작이 부드럽고 자세도 좋았다.

반면에 나보다 못 치는 사람은 동작도 엉성하고 자세도 안 좋았다.

머릿속으로 내 자세를 생각해 보니 나도 자세가 좋은 측에 속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 자세로 공을 쳤으니까 공이 내가 원하는 위치에 정확하게 날아가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을 내렸다.

당장 나의 자세를 고치기로 했다.




머릿속으로 내가 원하는 자세를 그려보았다.

그리고 코트에 들어섰다.

그 자세로 공을 치면 될 것 같았다.

공이 날아왔다.

라켓을 휘둘렀다.

엥?

공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갔다.

이게 아닌데?

아직 자세가 덜 잡혀서 그런가 보다 했다.

힘 조절을 하고 자세를 제대로 하고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했던 자세를 굳히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잘 안되었다.

나 스스로도 자세가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공이 네트에 살짝 넘어가야 하는데 홈런볼도 많이 나오고 네트에 걸리는 공도 많았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내 모습을 쳐다보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이전에는 그래도 공이 네트를 잘 넘어갔는데 지금은 그것도 잘 안되었다.

신경질이 났다.

공이 제대로 튀어 오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며 공에게 화풀이를 하고 라켓 줄이 안 좋은 것 아닌가 하면서 라켓에게 화풀이도 하였다.

다음날에도 마찬가지였다.

자세가 고쳐지지 않았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내 자세가 어디가 문제인지 살펴보았다.

영상을 볼 때는 알 것 같은데 막상 코트에 들어서서 라켓을 휘두를 때는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그냥 예전에 쳤던 대로 할까?

선수가 될 것도 아닌데 괜히 자세를 바꾼다며 더 실력을 떨어뜨린 것 같았다.

한 주간이 지나고 두 주간이 지나면서 그런대로 공이 라켓에 맞고 있다.

지금 이 자세가 완벽한 자세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야구 선수 중에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타격 폼을 바꾸는 선수들이 있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익숙한 자세를 바꾸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이전보다 성적이 더 안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위험 요소들을 감안하면서까지도 폼을 바꾼다.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폼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들어맞는 단 하나의 완벽한 자세는 없기 때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야구에 미친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