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나를 살게 한다

by 박은석


기원전 334년, 마케도니아의 왕이었던 알렉산더는 페르시아 원정을 떠났다.

당시 알렉산더 휘하에는 보병 3만 명과 기마병 5천 명, 그리고 160척의 함대가 있었다.

그에 반해 페르시아는 지중해 연안에서부터 동쪽으로 인도 국경에까지 이르는 대제국이었다.

페르시아의 군사는 적게는 수십만 많게는 수백만에 이르고 있었다.

병력의 숫자만 보면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는 페르시아의 다리우스 3세에게 감히 도전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마케도니아 진영에서는 군자금도 별로 없었다.

기껏해야 한 달을 버틸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였다.

전쟁은 군사가 많고 전략이 뛰어나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군사들에게 전략을 구사하는 데 필요한 군자금도 있어야 한다.

즉, 돈이 있어야 한다.

돈이 있어야 식량도 구할 수 있고 전쟁물자도 구할 수 있다.

돈이 없으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




알렉산더의 마케도니아는 다리우스의 페르시아에 비해 전략이 뛰어났을 수 있지만 군사의 숫자나 군자금에 있어서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데 원정을 떠나기에 앞서서 알렉산더는 자신의 전 재산을 전쟁 비용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신하들이 의아해해서 물었다.

“폐하, 이렇게 전 재산을 내놓으시면 폐하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그러자 알렉산더가 대답했다.


“나에게는 희망이 있다.

나는 희망만 있으면 된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서 희망을 남겨두었다.”


그 말을 들은 알렉산더의 부하들은 사기가 충천하여 페르시아로 진격하였다.

그들은 이수스 전투를 시작으로 해서 연이은 전투에서 페르시아 군대를 무찔렀다.

페르시아를 정복한 후에는 인도에까지 진격하였다.

그리고 거점 지역에는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를 건설하였다.

알렉산드리아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알렉산더를 만나기 전에는 군사가 많아야 전쟁에서 이기는 줄 알았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당근을 주면서 모으기도 했고 채찍을 휘두르면서 모으기도 했다.

전략이 뛰어나야 전쟁에서 이기는 줄 알았다.

그래서 뛰어난 전략가를 모셔 오려고 했다.

유비는 제갈공명을 모셔 오려고 세 번씩이나 그 집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기도 했다.

군자금이 많아야 전쟁에서 이기는 줄 알았다.

선진국이 전쟁에서 이길 확률이 높은 것은 돈이 많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후반에 영국이 미국의 참전을 요청했던 것도 미국의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전쟁만큼 돈을 많이 쏟아붓는 일은 없다.

전쟁만큼 돈을 벌기 좋은 기회도 없다.

전쟁은 돈이 좌지우지한다.

그런데 이 세 가지, 군사, 전략, 군자금 말고도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희망이다.

희망은 전쟁을 이기기 위한 네 번째 요소가 아니라 가장 필요한 요소이다.




알렉산더는 희망을 의지한 반면에 다리우스는 군사력과 군자금을 의지했다.

전술은 양측 다 뛰어났다.

알렉산더의 참모들도 훌륭했지만 다리우스의 참모들도 훌륭했다.

양측이 내세운 전술은 모두 이기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알렉산더의 승전, 다리우스의 패전이었다.

알렉산더의 희망이 마케도니아 군대에게 승리를 가져다준 것이다.

인터넷에서 페르시아 지도를 검색해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저 넓은 땅에 알렉산더의 깃발을 꽂을 때 마케도니아 군사들의 마음이 어땠을까?

그들은 깃발을 꽂을 때마다 자신들의 희망이 실현되는 모습에 감격해했을 것이다.

오늘 나의 삶을 돌아보았다.

앞날이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하는 전쟁터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오늘은 살아냈지만 내일도 살아낸다는 보장은 없다.

나에게는 군사력, 전략도, 군자금도 형편없다.

내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희망뿐이다.

희망이 나를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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