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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May 19. 2024

방주에서 나와 제사드릴 때 노아의 마음은 어땠을까?

성경이야기 12


1년 넘게 방주 안에서 지냈던 노아가 방주 밖으로 나왔다.

노아와 함께 방주에서 생활했던 각종 짐승과 새들도 밖으로 나왔다.

정결한 짐승은 7쌍이니까 14마리였고 부정한 짐승은 2쌍이었으니까 4마리다.

1년 동안 방주 안에서 새끼를 치지 않았다면 들어간 숫자 그대로 나왔을 것이다.

사람은 피임을 하면서 임신을 피할 수 있다.

물론 노아의 가족은 방주 안에서 할 일이 많았기에 임신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짐승들은 그렇지 않다.

거의 모든 짐승이 1년 안에 새끼를 낳는다.

어쨌든 성경에는 노아의 방주에서 새끼를 낳았다는 말은 안 나온다.

기적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간 것이다.

방주 안에는 들어갈 수 있는 최대한의 짐승들이 들어갔을 것이다.

방주가 그들의 무게를 버티려면 짐승들이 1년 동안은 번식하면 안 되었을 것이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능력으로 모든 짐승들이 발정기를 잘 버텼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어떤 학자들은 방주 안에서 모든 짐승들이 겨울잠을 잤을 것이라는 해괴한 주장을 한다.

그러면 창세기 6장 21절에서 노아가 모아둔 양식에 대한 해석을 할 수 없다.

하나님은 노아의 가족들과 짐승들의 양식을 모으라고 명령하셨다.

그러니까 방주 안에서 겨울잠을 잤다는 해석은 말이 안 된다.

방주 안에서의 노아의 삶은 매우 단조로웠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짐승들을 먹이고, 짐승들을 먹이면 노아의 가족들도 밥을 먹었을 것이다.

그다음에는 짐승들의 배설물을 치워야 했을 것이다.

먹이고 치우고의 활동이 반복되는 일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1년이 지났을 때 하나님이 방주 밖으로 나가라고 하셨다.

방주의 문이 열리자 날짐승들이 먼저 날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뜀박질 잘하는 들짐승들이 달려 나갔을 테고, 맨 나중에는 기는 놈들이 방주 밖으로 나갔을 것이다.

이제 방주 안은 텅 비었다.

갑자기 적막이 찾아왔다.




핵가족 시대를 맞이하면서 반려동물을 집에 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반려동물을 가족이라고 한다.

말도 붙이고 껴안고 입도 맞춘다.

정말 사람 대하듯이 한다.

아마 방주 안에서 노아도 그랬을 것이다.

1년의 시간을 지내는 동안 짐승들에게 이름도 붙여주고 그들에게 말도 걸고 장난도 치면서 지냈을 것이다.

굉장히 정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짐승들을 다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왔다.

이미 노아는 홍수가 시작될 때 사람들을 모두 떠나보냈다.

그때 깊은 슬픔과 고독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홍수가 끝났을 때 또 떠나보내야 했다.

이번에는 짐승들이다.

하지만 단순한 짐승이 아니라 가족과도 같은 짐승들이었다.

노아는 또다시 깊은 슬픔과 고독의 시간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만해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이 생각난다.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그때 노아가 이별에 앞서 한 가지 의식을 행했다.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 것이다.

창세기 8장 20절을 보면 노아가 여호와께 제단을 쌓고 모든 정결한 짐승과 모든 정결한 새 중에서 제물을 취하여 번제로 제단에 드렸다고 기록되어 있다.

노아가 굉장히 믿음이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그런데 정결한 짐승 14마리 중에서 어느 녀석을 제물로 삼았을까?

노아에게 있어서는 14마리 전부 가족과도 같은 짐승들이었다.

새들도 그랬다.

아마 눈 딱 감고 손에 잡히는 녀석을 잡았을 것 같다.

엄청난 결정이며 결단이다.

14마리 중에서 몇 마리를 잡았으니 엄청난 희생이기도 하다.

아마 그 제사를 드릴 때, 동물들을 잡으면서, 새들을 잡으면서 노아가 많이 울었을 것 같다.

자식과도 같은 짐승들과 새들을 바쳐야 했으니까 말이다.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것은 어쩌면 이런 느낌일 것이다.

너무나 아까운 것을 드리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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