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윌리엄스의 <부처스 크로싱>을 읽고-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존 윌리엄스는 1870년대 캔자스 지역이 개척될 당시의 이야기를 담은 <부처스 크로싱>이란 소설을 썼다.
하버드대학교 3학년 학생인 윌리엄 앤드루스가 돌연 학업을 멈추고 서부로 가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부처스 크로싱(Butcher’s crossing)이라는 서부의 한 마을에서 들소 가죽을 매매하는 맥도널드라는 사람을 찾아갔다.
그는 아버지와 전장을 함께 누볐던 사람이었다.
앤드루스는 맥도널드와 함께 서부의 황야로 가면 그림 같은 환경이 펼쳐지는 자연에서 들소 사냥을 하면서 목가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맥도날드의 소개로 밀러라는 사냥꾼을 만났고 그와 함께 마차꾼인 호지, 소가죽을 벗기는 전문가 슈나이더가 한 팀이 되었다.
그들은 꿈에 부풀어 출발했다.
한철 사냥을 하고 나면 엄청난 가죽을 거두게 될 것이고 그 가죽을 팔면 떼부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 앤드루스는 권총 한번 제대로 쏘아 본 적이 없었다.
짐승의 가죽을 벗기는 일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저 학교 공부나 열심히 하는 똑똑한 하버드 대학생이었다.
그런 그가 서부의 황야로 나갔다.
그곳에서 낭만을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간 곳은 전쟁터와 같았다.
처음 한 마리, 두 마리의 들소를 잡을 때는 너무 기뻐서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뭔가 꿈이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총에 맞아 죽은 들소의 가죽을 벗기는 일도 점차 익숙해졌다.
배가 고플 때는 잡은 소의 고기를 먹었다.
그러나 곧 총 한 방에 한 마리의 짐승들이 쓰러져 가는 게 좋게만 여겨지지 않았다.
밀러는 수준 높은 사냥꾼이었는데 그가 잡은 소들의 가죽을 다 벗기려면 쉴 새 없이 일을 해야만 했다.
때로는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다.
거기까지는 그래도 참을만했다.
하지만 가죽을 벗긴 짐승들에게서 풍겨나는 악취는 참을 수가 없었다.
주인공 일행은 몇 번의 죽음의 고비를 넘기면서 부처스 크로싱이라는 마을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들의 마차는 비어 있었다.
사실, 엄청난 양의 소가죽을 마차에 싣고 출발했다.
하지만 중간에 급류에 휩쓸려 사람도 한 명 죽고 말도 죽고 마차도 잃었다.
그리고 마차에 실려 있던 가죽들도 잃었다.
겨우 부처스 크로싱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다시 한번 맥도널드를 찾아갔다.
아직 싣고 오지 못한 가죽들이 비밀장소에 숨겨 있었다.
그것들을 가져와서 시장에 내다 팔면 큰돈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맥도날드는 주인공 앤드루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들려주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소가죽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소가죽 옷과 제품들을 구입한 상태이므로 더 이상 소가죽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소가죽 값이 1년 사이에 껌값이 되어 버렸다.
그 소식을 들은 팀원들은 미치광이처럼 되어간다.
많이 가지면 좋은 줄 알았다.
눈에 보이고 손에 잡을 수 있으면 다 가져도 되는 줄 알았다.
소설에서는 벌판의 소들을 그렇게 가져갔다.
소설 밖에서는 숲의 나무들을 그렇게 가져갔다.
땅속의 기름과 광물질들을 가져갔다.
많이 가져간 만큼 부자가 되는 줄 알았다.
더 잘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많이 가져간 만큼 많이 망가진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못했다.
<부처스 크로싱>의 끝부분에서 팀원 중의 한 명인 밀러가 소가죽들을 다 불태워 버린다.
얼마 전에는 그들이 들판의 소들을 다 몰살시켜 버렸다.
그런데 이제는 소가죽들마저 모두 태워버렸다.
밤에 단잠을 자던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놀라서 뛰어나왔다.
그 불은 마을을 태웠고, 그들의 인생도 태웠고, 꿈도 희망도 태워버렸다.
모든 게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다 얻은 줄 알았는데 다 잃어버렸다.
우리가 살아온 날들이 혹시 그런 날들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