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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l 10. 2024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신경 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인 매슈 워커(Matthew Walker)의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라는 책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잠을 잘 때 뇌의 절반만 자고 절반은 깨어 있는 동물들이 있다는 것이다.

한쪽 뇌가 잠자는 동안에도 다른 쪽 뇌가 깨어 있어서 끊임없이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봤을 때는 전혀 잠을 자지 않는 동물이라고 할 것이다.

<삼국지>의 장비처럼 눈을 뜬 채 잠자는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있지만 한쪽 뇌는 잠을 자고 다른 한쪽 뇌는 깨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어쨌든 그런 동물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고래 종류가 그렇다고 한다.

고래라는 말을 들으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고래는 포유류이고 허파로 숨을 쉬니까 물속에만 계속 있을 수 없다.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서 숨을 쉬어야 한다.

만약 물속에서 양쪽 뇌가 다 잠을 자버리면 잠자다가 죽고 말 것이다.




뇌의 절반만 잠을 자는데 고래의 컨디션은 괜찮을까?

피곤하거나 졸리거나 하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을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한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고래가 그렇게 살고 있다는 게 그 증거이다.

고래가 졸음을 이기지 못해서 다쳤다는 말 같은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럼 잠을 안 잤던 한쪽 뇌는 어떻게 될까?

왼쪽 뇌가 잠을 다 자면 그다음에는 교대를 해서 오른쪽 뇌가 잠을 자고 왼쪽 뇌가 깬다.

양쪽 뇌가 다 깨어 있기도 하다.

어쨌든 고래는 참 웃기는 동물이다.

그런데 고래의 이런 능력을 우리가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아이들이 시험공부를 할 때, 밤새도록 잠을 자지 않고 공부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이런 능력이 군인들에게 주어진다면 어떨까?

그러면 그 군대는 최강부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스물네 시간 동안 쉬지 않고 공격을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새들도 한쪽 뇌가 잠을 잘 때 다른 쪽 뇌가 깨어 있는 능력을 발휘한다.

고래는 물에 빠져 죽지 않으려고, 숨을 쉬기 위해서 그런다고 하지만 새들은 왜 그럴까?

새들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

웃긴 것은 새들이 여러 마리가 있을 때 벌어진다.

전깃줄에 새들이 쪼르륵 앉아 있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이때 새들은 두 눈을 다 감고 잠을 잔다고 한다.

여러 마리가 모였으니까 배짱이 생긴 것일까?

그들을 지켜주는 두 마리의 새가 있기 때문이다.

전깃줄의 왼쪽 끝에 앉은 새와 오른쪽 끝에 앉은 새가 보초를 선다.

왼쪽 끝에 있는 새는 왼쪽 눈을 뜨고 왼쪽 상황을 살피고 오른쪽 끝에 있는 새는 오른쪽 눈을 뜨고 오른쪽 상황을 살핀다.

그러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보초병인 이 두 마리는 몸을 180도 돌려서 뒤돌아 앉는다.

그러면 지금까지 보초를 서느라 깨어 있었던 한쪽 뇌가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고래나 새처럼 뇌의 한쪽은 자고 한쪽은 깨어 있을 거면 차라리 둘 다 24시간 동안 깨어 있으면 어떨까?

그건 안 될 일이다.

잠을 안 자고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는 없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잠을 자야 산다.

왜 우리는 잠을 자야만 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해 왔지만 왜 우리가 잠을 자야 하는지 밝혀내지는 못했다.

조물주가 세상을 창조할 때 모든 창조물에게 잠을 주셨다고 믿는 게 맘이 편하다.

어떤 사람은 여섯 시간에서 일곱 시간을 자야 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서너 시간만 자도 괜찮다고 한다.

나는 하루에 다섯 시간에서 여섯 시간 정도 잔다.

오랜 습관이다.

수면 전문가인 매슈 워커가 나를 만난다면 한마디 할 것 같다.

잠 좀 더 자라고.

그는 이 책에서 일곱 시간 정도는 자는 게 좋다고 한다.

그보다 조금 더 자면 더 좋고.

그러나 어쩌겠는가?

자고 싶다고 해서 잠이 오는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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