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 한다.
영험한 능력을 지닌 특출한 존재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 상태에서 사람을 보면 도저히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사나운 이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날카로운 뿔이 있는 것도 아니고 뾰족한 발톱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호랑이가 앞발로 후려칠 때 그 충격은 1톤의 무게가 후려치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의 주먹이 아무리 세더라도 호랑이의 앞발 하이킥에 비할 수 없다.
사슴이나 노루는 날카로운 무기를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달리기는 잘한다.
그래서 호랑이가 달려들어도 여유롭게 따돌릴 수 있다.
그에 비하면 사람은 사슴처럼 잘 달릴 수가 없다.
아마 야생에서 제일 연약한 존재가 있다면 그건 아마 사람일 것이다.
심지어 발밑에 기어다니는 개미조차도 사람보다 훨씬 세다.
개미 한 마리는 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개미 무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이다.
무슨 말이냐고, 사람이 제일 세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사람이 등장하면 생물들이 두려워서 숨는다고 한다.
괜히 사람 앞에서 알짱거리다가는 멸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생물들이 사람을 무서워하는 것 같기는 하다.
희귀 생물이나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들을 생각해 보자.
사람이 그들 곁에 가까이하기 전에는 그들이 잘살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이 등장하자 그 동식물들이 점점 개체수가 줄어들고 약해져 버렸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사람이 가장 센 존재라고 말한다.
그런데 개미에 대해서 조금만 살펴본 사람이라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를 가지고 있는 생명체가 개미란 것을 알 것이다.
현재 지구에 85억 명의 사람이 살고 있지만 개미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심지어 지구상의 85억 명의 몸무게를 모두 합친 것보다 지구에 사는 개미들의 몸무게를 모두 합친 게 훨씬 무겁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엘리자베스 콜버트가 쓴 <여섯 번째 대멸종>에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밀림 속에서 새를 연구하던 어느 날 그녀는 엄청난 숫자의 개미 무리가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거대한 개미 무리가 마치 군사 퍼레이드를 펼치는 것처럼 이동하고 있었다.
열대지방에서는 이렇게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개미 집단이 10여 종 정도 있는데 학자들은 이들을 '군대개미(Eciton burchellii)'라고 부른다.
대부분의 개미 집단은 정해진 주거 공간이 있어서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군대 개미는 정해진 집이 없이 다른 곤충들을 잡아먹으면서 끊임없이 이동한다.
캠핑족처럼 가다가 멈추는 곳에서 야영한다.
숲에서 십여 마리의 개미를 본다면 겁날 것이 없다.
개미들이 공격해 봤자 한 발자국으로 퇴치할 수 있다.
하지만 수만 수십만 마리의 개미가 우글거린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두려워서 빨리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어 진다.
군대개미에게 걸리는 곤충은 살아남지 못한다.
군대개미들은 하루에 3만 마리에 달하는 유충들을 먹어치우기도 한다.
덩치가 큰 거미도, 도마뱀도 먹잇감이 되고 만다.
그러니 군대개미가 다가오면 곤충들은 서둘러 그 자리를 뜬다.
모든 생물이 군대개미를 두려워하는 것 같다.
하지만 군대개미를 환영하는 존재들도 있다.
군대개미를 피해 도망치는 곤충들을 잡아먹는 새들이다.
그 새들은 군대개미 덕분에 먹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군대개미의 절대 추종자가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군대개미와 새들이 지나간 자리에 또 다른 생물이 따라온다.
새의 배설물을 먹고사는 나비들, 도망치는 곤충의 몸에 알을 낳는 기생파리들, 여러 진드기들 등 300종이 넘는 생물이 군대개미를 따라다닌다.
개미 덕분에 먹고사는 부류가 이렇게 많다.
가만히 생각해 본다.
나 때문에 먹고사는 존재는 몇이나 있을까?
개미가 나보다 훨씬 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