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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n 14. 2024

남들이 안 가는 길을 택해 새로운 길을 만든 사람


농구 경기에서 경기의 종료 시간에 터지는 골을 버저 비터라고 한다. 경기가 막 끝나는 순간의 1초는 평상시의 1초보다 훨씬 긴 것처럼 여겨진다. 전광판의 시계가 0.1초 단위로 줄어드는데 종료 휘슬이 울리더라도 그전에 선수의 손을 떠난 공이 있다면 그 공이 바닥에 떨어지기까지는 경기의 연장으로 본다. 고작 1초가 남았을 뿐이니까 어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공을 패스할 시간도 없다. 골대까지 드리블해서 가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는가 싶은 그 시간에 중앙선 근처에서 한 선수가 슛을 날린다. 너무나 먼 거리다. 그냥 하늘에 공을 던지는 것 같다. 전광판의 시계는 0.1초 단위로 줄어들어 0이 된다. 관중들의 시선도 선수들의 눈길도 심판들의 시선도 모두 공을 쫓아간다. ‘슉!’하는 소리와 함께 공이 링을 통과한다. “와!”하는 함성이 울린다. 버저 비터의 묘미이다.




미국 프로농구(NBA) 경기에서 버저 비터로 유명한 선수가 있다.

스테판 커리(Stephen Curry)다.

우연한 기회에 이 선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의 경기 영상을 봤는데 정말 환상적인 선수다.

농구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조차도 경기에 빠져들게 만들 정도였다.

키도 작은 선수가 코트를 누비고 다녔다.

키가 작으니까 순발력이 뛰어나다고 하는 말은 우리나라 해설자들이 주로 하는 멘트다.

하지만 키가 작다고 해서 모두가 순발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키가 크다고 해서 순발력이 떨어진다고 할 수는 없다.

키 큰 선수도 순발력을 높이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한다.

사실 스테판 커리의 키를 작다고 할 수는 없다.

188센티미터이다.

그러나 2미터가 넘는 선수들이 즐비한 미국 프로농구에서 그의 모습은 작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를 향해 ‘코트 위의 난쟁이’라고 놀려댄다.

그러거나 말거나 커리는 코트를 지배한다.     




스테판 커리의 주 무기는 정확한 슈팅이다.

공격 찬스에서 중앙선을 넘는 순간 모든 지점이 커리의 슈팅 지점이다.

드리블 몇 발자국 하고 슈팅, 드리블 몇 발자국 하고 패스다.

머리 뒤에 눈이 달린 것도 아닌데 상대방을 속이며 앞뒤좌우로 패스를 한다.

상대 공격수가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곧바로 슈팅이다.

그가 쏘아 올린 공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링에 꽂힌다.

2점 슛은 물론이고 3점슛도 정확하다.

그의 슛이 얼마나 정확한지 스테판 커리 챌린지가 생길 정도다.

스테판 커리 챌린지는 2점 슛 라인의 7지점, 3점 슛 라인의 10지점, 중앙선 앞의 2지점, 센터서클 한가운데의 1지점, 총 20곳에서 골을 넣는 것이다.

정해진 시간은 딱 100초이다.

평균 5초 안에 골을 넣고 그다음 지점으로 이동해야 한다.

나 같은 사람은 공을 가지고 움직이는 데만도 100초가 넘을 것 같다.

그런데 스테판 커리는 이 일을 완벽하게 해치웠다.




농구 선수들이 시합 전에 몸을 푸는 것을 보면 슈팅을 정말 잘한다.

백발백중이라며 감탄할 만하다.

그런데 막상 시합이 시작되면 슈팅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상대 수비수가 방해를 하기 때문이다.

수비를 따돌릴 수 있어야 슈팅 찬스가 생긴다.

수비를 따돌리려면 엄청나게 민첩해야 한다.

그 민첩성은 무한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서 길러진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현란한 발놀림을 익히기보다 슈팅하기를 좋아한다.

골대 밑을 파고들어 덩크슛를 내리꽂는 것을 더 즐긴다.

환상적인 슬램덩크를 시도한다.

하지만 시합에서 그런 기회는 별로 없다.

스테판 커리는 남들이 잘 안 하는 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

슛보다 발기술을, 덩크슛보다 먼 거리에서 공을 던지는 연습을 더 많이 했다.

남들이 가는 길을 택하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남들이 안 가는 길을 택했다.

치열하게 노력했다.

스테판 커리라는 새로운 길을 만들어 냈다.


- 사진 출처 http://cafe.naver.com/nba2k12/1208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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