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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n 21. 2024

나의 습관이 끝나는 날


습관을 들이는 데는 21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21일 동안 어떤 일을 꾸준히 하면 습관이 된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렇게 되는지 시험해 본 적들이 있다.

내 삶의 습관이 된 일들이다.

언젠가부터 새벽 일찍 일어나기로 했다.

4시 반에 교회에 가서 새벽기도회를 드린 후에는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로 했다.

아침잠이 많은 나로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처음 며칠 동안은 아침 시간을 견디기가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첫째 주, 둘째 주가 지나고 세 번째 주를 맞이하니까 신기하게도 아침잠이 쏟아지지 않았다.

견딜 만했다.

21일 정도 지나면서 새벽 3시 반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된 듯했다.

일터를 옮기고 이사를 했다.

이번에 찾아간 교회는 새벽기도회가 5시 반이었다.

애매하게 한 시간이 남았다.

기상시간이 무척 여유로웠다.

하지만 곧 5시 반 새벽기도회 시간에 맞춰서 한 시간 늦게 일어나게 되었다.

나의 습관이 변했다.




10여 년 전에는 여름휴가 때 지리산 종주를 할 계획을 세웠다.

밤 기차를 타고 새벽에 구례역에 내려서 버스를 타고 성삼재로 가고 거기서부터 산행의 시작이었다.

아마 새벽 3시쯤에 시작하는 일정이었을 것이다.

집에서 출발하는 것을 고려하면 2박 3일의 일정이었지만 산에서 보낸 시간은 1박 2일이었다.

난생처음 지리산 종주를 하는 나로서는 엄청난 체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지리산에 가기 3개월쯤 전부터 밤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학창시절에도 나는 오래달리기를 잘 못했다.

군복무 시절 아침 구보가 제일 오래 뛴 일이다.

달리기가 하루아침에 습관이 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뛰다 걷다를 번갈아 했다.

그러다가 점점 뛰는 시간이 많아졌다.

한 달쯤 지나면서는 쉬는 시간 없이 10킬로미터를 넘게 달리는 나를 보았다.

그 체력으로 지리산 종주를 무사히 끝냈다.

지리산 종주와 함께 나의 달리기 습관도 끝났다.




하루 한 편의 칼럼을 쓰는 것도 습관이었다.

A4용지 한 장 분량의 글을 매일 쓰기로 마음먹었다.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지만 한 달쯤 지나면서 습관이 되었다.

남들은 어떻게 매일 제각각의 주제로 글을 쓰냐고 하지만 습관이 되니까 그리 어렵지 않았다.

3년 동안 줄기차게 글을 썼다.

1천 편의 글이 넘어가자 이제 매일 글을 쓰는 것에 나 자신을 너무 얽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좀 쉬면서 글을 쓰자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글쓰기를 쉬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글쓰기를 쉬었던 그날은 마음에 뭔가 허전함이 있었다.

마치 내 삶의 어느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기분이었다.

그런데 일주일에 하루 글쓰기를 쉬기 시작하자 일주일에 이틀 글쓰기가 멈추더니 일주일에 사나흘 글이 안 써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전에는 글쓰기가 즐거운 습관이었는데 이제는 글쓰기가 낯설어지는 이상한 습관이 된 것이다.




이렇게 나의 습관들은 길들이는 데는 21일 넘게 걸렸지만 깨지는 데는 이삼일이면 충분했다.

브런치 스토리에 매일 올리던 글들도 이제는 띄엄띄엄 올린다.

습관이 깨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 15년 넘게 이어오는 습관이 하나 있기는 하다.

매일 책을 읽는 것이다.

하루에 한 권을 읽는 날도 있고 두 권을 읽는 날도 있지만 하루에 고작 몇 페이지로 끝나는 날도 있다.

물론 꼼꼼하게 들춰본다면 몸이 안 좋다거나 해서 하루 종일 한 페이지도 못 읽고 넘어간 날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책 읽기가 나의 습관이 된 것은 확실하다.

책 읽기 운동을 시작했던 그 첫 달, 21일 동안을 멈추지 않고 잘 버텼기 때문이다.

숙제처럼 억지로라도 읽었기 때문에 책 읽기가 습관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언젠가는 나의 책 읽기 습관도 멈출 날이 올 것이다.

하루 이틀 책 읽기를 멈추는 날이 나의 습관이 끝나는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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