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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l 12. 2024

혀를 깨물었다


밥을 먹다가 혀를 깨물었다.

아팠다.

그때 알았다.

밥을 먹을 때 혀를 깨무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윗니와 아랫니가 서로 맞물리는데 혀가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용케도 이빨 사이를 잘 피해 다닌다.

혀가 깨물리지 않는 것도 신기하고 또 혀가 깨물리는 것도 신기하다.

어쩌다가 깨물었을까?

이빨은 깨무는 것이 자기 일이지만 입에 들어오는 것만 깨물어야 한다.

이미 입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을 깨물면 안 된다.

혀는 이미 입 안에 있는 것이니까 이빨이 깨물어서는 안 된다.

혀를 깨물면 아프다.

더 깨물면 죽는다.

혀 깨물고 죽었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아무리 먹을 것이 없어서 배가 고프더라도 혀를 깨물어서 먹으면 안 된다.

이빨이 혀에게 할 수 있는 일은 감싸주고 보호해 주는 일이다.

입 밖에서 엉뚱한 것이 들어와서 혀를 상하게 하지 않도록 막아줘야 한다.

아무것이나 깨물어서는 안 된다.




독사는 이빨을 통해서 독을 내보낸다.

독사에 물리면 독사의 이빨이 주사기처럼 독을 주입한다.

그러면 물린 놈은 마비되고 죽는다.

독사의 밥이 된다.

그런데 실수로 독사가 자기 이빨로 자기 혀를 깨물면 어떻게 될까?

자기 몸에서 만든 독이니까 독사의 몸에서는 괜찮을까?

아니다.

독사가 자기 혀를 깨물면 어처구니없게도 그 독사는 죽는다.

자기가 만든 독에 자기가 중독되어 죽는다.

독은 독사에게 분명 좋은 것이다.

독이 있어야 독사가 야생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독이 있어야 독사가 맹수들과 싸울 수 있다.

독이 있어야 독사가 사냥을 할 수 있다.

독이 독사를 살린다.

그런데 그 독이 독사를 죽이기도 한다.

독을 잘못 사용할 때 그렇다.

깨물지 말아야 할 것을 깨물 때, 먹지 말아야 할 것을 먹을 때 그렇다.

고의로 그랬든, 실수로 그랬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자기 이빨로 자기 혀를 깨물면 죽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독사도 살아가려면 뭘 먹어야 한다.

하루에도 여러 번 머리가 이빨에게 명령한다.

“먹어라! 살아가려면 먹어야 한다!” 

그 명령을 받아서 독사의 이빨이 깨문다.

씹는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과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달콤하더라도, 아무리 맛이 있더라도, 아무것이나 깨물어서는 안 된다.

아무것이나 씹어서는 안 된다.

깨물어야 할 것을 깨물어야 하고 씹어야 할 것을 씹어야 한다.

먹어야 살 수 있다는 말은 보이는 대로 다 잡아먹으라는 말이 아니다.

먹을 수 있는 것만 먹으라는 말이다.

그래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모든 것을 다 먹을 수는 없다.

먹지 말아야 할 것은 먹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욕심이 생긴다.

내가 안 먹으면 남이 먹을 것 같다.

그건 배 아파서 견딜 수 없다.

그래서 냉큼 먹는다.

그게 독이다.

알면서도 먹는다.

모르면서도 먹는다.

독사를 살게 해 주는 독이 독사를 죽이는 독이 된다.




독은 몸 밖에 있지 않다.

몸 안에 있다.

멀리 있지 않다.

가까이 있다.

머리에서 손톱만큼 가까운 자리, 입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 깨무는 자리, 씹는 자리, 먹는 자리, 그 안에 독이 있다.

이빨 안에 독이 있다.

독은 독사의 힘이다.

능력이다.

재능이다.

실력이다.

독을 잘 사용하면 독사가 산다.

그러나 독을 잘못 사용하면 독사가 죽는다.

자기 혀를 깨무는 독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찾아보면 많이 있을 것이다.

내가 잘 몰라서 그렇지 내 곁에도 있을 것이다.

눈에 가장 가까이 있는 눈꺼풀과 눈썹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처럼 가까이 있어서 못 보는 것일지 모른다.

어쩌면 내가 바로 그런 독사인지도 모른다.

잘 살아가려고 했는데 오히려 잘못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먹어야 할 것을 먹어야 하는데 오히려 먹지 말아야 할 것에 욕심을 내는 것은 아닐까?

내가 내 혀를 깨문 것은 아닐까?

벌써 중독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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