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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지리산 화대종주(1)-화대종주를 시작하다

by 박은석


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다시 지리산 종주로 잡았다.

12년 전 처음으로 종주를 했을 때는 성삼재에서 출발해서 천왕봉을 찍고 장터목으로 하산했다.

두 번째로 지리산 종주를 했던 작년에도 성삼재에서 출발했다.

하산은 백무동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지리산 종주인 올해는 전라남도 구례군 화엄사에서 출발해서 경상남도 산청군 대원사까지로 목표를 세웠다.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일명 ‘화대종주’라고 하는 코스를 도전한다.

휴가 1주일 전까 하더라도 설악산을 갈까 지리산을 갈까 고민했었다.

설악산은 태극모양을 따라 종주하는 태극종주가 있는데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장마와 폭우가 꽤 이어졌기에 날씨도 살펴봤다.

다행히 이번 주간에는 맑음이다.

대신에 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들 예정이라고 한다.

만만치 않을 것이다.

땀이 비 오듯 흐를 게 뻔하다.

탈진하지 않도록 물과 소금을 충분히 챙겼다.




산에 가기 전에 걸어야 할 길을 미리 파악해야 한다.

지리산은 오후 1시 이후에는 입산 금지이다.

그러면 새벽부터 출발해야 한다.

탐방 시작은 새벽 3시이다.

네이버 검색을 했더니 화엄사 근처에 다락방이라는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

하룻밤 예약했다.

저녁에 잠시 들렀다가 새벽 2시 30분에 나오면 될 것 같다.

지리산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하는데 어느 대피소를 정할까 고민하다가 장터목대피소로 정했다.

그러면 첫날 산행이 30킬로미터쯤 된다.

지리산에서 내 산행 속도는 1시간에 2킬로미터쯤 되었다.

그 정도 속도라면 15시간을 걸어야 한다.

새벽 3시부터 시작해서 15시간 소요된다면 저녁 6시가 된다.

작년의 경험을 떠올리면 오후 5시가 넘어가면 대피소에서 그다음 대피소로의 이동을 금한다.

쉬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밥 먹는 시간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아침과 점심식사는 걸어가면서 먹기로 했다.

삼각김밥으로.




분당에서 구례까지 가려면 남부터미널에서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버스 좌석은 여유가 많았다.

오후 4시 2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했다.

비용은 2만 9천원.

3시간 10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중간에 정안휴게소에서 15분 쉬었다.

저녁 7시 40분에 구례터미널에 도착했다.

게스트하우스까지의 거리는 5킬로미터 정도 더 가야 한다.

마침 화엄사로 가는 막차가 8시에 출발한다고 대기하고 있었다.

구례터미널의 내린 그 자리에서 옆으로 20미터쯤 이동하고 마을버스로 갈아탔다.

막차여서 그런지 기사 아저씨는 쌩쌩 달렸다.

10분 정도 지나서 편의점과 BBQ치킨집이 보이는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게스트하우스는 바로 옆 건물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치킨이나 먹을까 해서 나갔는데 손님도 많고 밀려 있는 주문도 많았다.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기에 치킨은 포기하고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새벽 2시에 일어나서 나가려면 잠시라도 눈을 붙여야 한다.

그런데 그게 될까?

평상시에는 새벽 2시가 다 되어서야 잠을 자는 사람인데 눈을 감은들 잠이 올까?

숙소에 돌아와서 배낭을 다시 정리했다.

아뿔싸! 수건을 안 가지고 왔다.

수건이 없으니 옷으로 닦아야겠다.

짐을 최소화시킨다고 했는데 그래도 11킬로그램은 되었다.

물과 음료수가 많아서 그렇다.

물병 3병, 커피 2병, 자유시간 6개, 육포 3봉지, 삼각김밥 2개, 지리산 종주하면서 먹으라고 선물 받은 치즈 6개, 집에서 아무도 안 먹고 있는 호두과자 한 봉지.

쌀 2컵, 라면 2개, 참치캔 1개, 김치캔 1개, 볶음김치 작은 봉지 2개, 코펠, 버너, 가스, 두루마리 휴지, 여벌 옷(속옷, 셔츠, 바지, 바람막이, 양말), 손톱깎이, 맥가이버칼, 허리띠, 보조배터리, 충전케이블, 블루투스 키보드, 골전도이어폰, 판초우의.

얼마 안 되는데 모으니까 한짐이다.

그리고 이제 곧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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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터미널에서 구례터미널까지의 버스승차표. 성룡 영화도 틀어준다. 바깥 기온은 37.8도. 덥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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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타고 온 버스와 구례터미널에서 화엄사 앞 게스트하우스까지 갈 버스. 마을버스는 현금 카드 모두 오케이다.
KakaoTalk_20240803_202336727_05.jpg 게스트하우스에서는 매일 밤 9시에 사장님이 보이차를 끓여주신다. 서재를 보니 보통 분이 아니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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