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왜 혁명이야?

아빠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

by 박은석


아들아, 사람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간다고 하지만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야.

예를 들면 네가 내일 미국으로 이민간다고 생각해 봐.

그러면 내일부터는 한국어를 쓸 일이 없고 영어로 의사소통해야 돼.

미국 버스와 지하철을 타야 하고 미국 학교를 다녀야 하고 미국 병원에 가야 하고 미국 방송을 봐야 해.

네가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사회에 적응하기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거야.

그래도 나는 네가 적응하리라 믿어.

왜냐하면 너도 미국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적응하는 방법을 터득할 테니까.

이렇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서 인류가 적응한 일들이 모여서 역사가 되는 거야.

영국의 역사학자인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를 ‘도전과 응전’이라고 표현했어.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다양한 도전들에 대해서 사람이 어떻게 반응했느냐의 기록이라는 거지.

사냥을 해서 먹고 살아가던 사람이 한곳에 모여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

성경에는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부터 밭을 갈았다고 하지만 어쨌든 수렵생활이 농경생활보다 먼저 있었을 거라고 봐.

왜냐하면 농사를 짓는 것은 굉장한 지식이 축적되어야 가능하거든.




사냥을 해서 먹고 살아가려면 사냥감을 찾아 계속 이동해야 돼.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기본 조건이 의식주(衣食住)라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거(食)야.

옷이나 집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잖아.

그런 점을 생각하면 수렵생활을 했던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어.

그들은 집이나 옷은 대충 챙겼어.

수렵생활이라고 하면 구석기시대를 떠올리면 되는데 그 시대는 벽돌로 만든 집 같은 거는 없어.

금방 이동해야 하니까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만든 초막이나 동굴 같은 데서 잠깐씩 살았지.

집다운 집은 신석기시대에나 나타나게 돼.




사냥을 해서 먹고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볼까?

사냥감이 항상 나타나서 “날 좀 잡아가쇼.” 하지 않잖아?

어떤 날은 사냥감이 많고 어떤 날은 없어.

사냥을 많이 한 날은 배 터지게 먹고 사냥감이 없는 날은 굶을 수밖에 없었겠지.

그들의 소원은 조금이라도 좋으니 매일 뭔가 먹거리가 생기는 거였어.

사냥한 고기를 먹는 것도 생각해 봐.

오늘 먹다가 남기면 내일은 고기가 상해.

그러니까 내가 잡았든 이웃이 잡았든 사냥한 고기는 여러 사람이 함께 먹어치워야 해.

그리고 사냥할 때도 혼자 사냥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냥하는 게 훨씬 나았겠지.

그야말로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눠 먹는 공동체였을 거야.

원시 공산사회였던 셈이지.

이런 사회가 다시 올 수 있을까?

아빠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그런 사회는 다시는 오지 않을 거라고 봐.

공산사회를 꿈꿨던 사람들이 있기는 했어.

벌써 100년 전 이야기야.




수렵생활을 했던 사람들의 가정을 들여다볼까?

사냥감을 찾아서 계속 이동해야 하는 처지였으니까 아이를 많이 낳지는 못했을 거야.

한 명의 엄마가 여러 명의 아기를 안고 업어서 이동할 수는 없잖아.

때로는 맹수의 공격을 받아 도망가야 하는데 그때 구할 수 있는 아기는 고작 한두 명뿐이었을 거야.

그러니까 수렵생활을 할 때는 아기를 많이 낳지 않았을 거야.

반면에 농사를 짓기 시작하자 상황이 달라졌어.

이제는 먹거리를 찾아서 여기저기 싸돌아다닐 필요가 없어졌지.

봄에 씨를 뿌리면 가을에 추수할 수 있다고 예측할 수 있었어.

뭔가 계획이 세워지니까 그만큼 안정감이 생겼겠지.

한곳에 정착해서 땅을 일구게 되니까 아이도 많이 낳았어.

아이가 많다는 건 나중에 농사할 일꾼이 많아진다는 것과 같았어.

사람이 많아지면서 마을이 생겼고 더 큰 사회가 만들어졌어.

혁명적이었지.

그래서 신석기혁명이라 부르는 거야.

아빠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4.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 왜 혁명이야001.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