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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삶이란 부지런하고 유연한 삶이다

by 박은석


내 나이 두 살 때 아버지가 폭삭 망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나는 그럭저럭 살고 있다.

어머니는 우리 6남매를 위해서 기도하시면서 너무 부하게도 말고 너무 가난하게도 말게 해 달라고 비셨다.

그 기도대로 우리 6남매는 딱 그만큼 너무 부하지도 않고 너무 가난하지도 않은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1년에 3~4백 권의 책을 읽고 인문학적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가난한 삶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도 돈 많은 사람이 부럽고 돈 많이 갖고 싶다.

하지만 내 삶은 여지껏 부자로 사는 것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인데 고급 외제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

공무원 생활 몇 년에 몇 십억의 재산을 일궜다는 어느 정치인의 삶도 신기하다.

돈 버는 것도 분명 재주는 재주인가 보다.

아무리 수입이 많아도 모아놓은 것이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입이 적어도 차곡차곡 쌓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하루아침에 하늘 끝에서 땅끝으로 추락하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 다 신기할 뿐이다.




한번은 중국 주(周)나라의 무왕(武王)이 명재상인 강태공(姜太公)에게 왜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이 생겨나는지 물어보았다.

강태공의 대답은 간단했다.

“폐하, 부자로 사는 사람은 절도 있게 쓰고 가난하게 사는 사람은 집에 열 가지 도둑이 있기 때문입니다.

밭에 곡식이 익었는데도 거둬들이지 않는 것이 첫째 도둑이요, 거두어도 창고에 들이지 않는 것이 둘째 도둑입니다.

아무 일도 없는데 등불을 켜 놓고 잠자는 것이 셋째 도둑이요, 게을러서 일하지 않고 노는 것이 넷째 도둑입니다.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이 다섯째 도둑이며,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만 골라서 하는 것이 여섯째 도둑입니다.

능력에 비해 양육해야 하는 식구가 너무 많은 것이 일곱째 도둑이며, 늦게 일어나고 낮잠을 즐기는 것이 여덟째 도둑입니다.

술을 즐기고 맛있는 음식을 탐하는 것이 아홉째 도둑이며, 지나치게 남을 시기하는 것은 열째 도둑입니다.”




그 말을 듣고 무왕이 또 물었다.

“집에 이런 도둑이 없어도 부자가 못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강태공이 대답했다.

“그것은 그 집에 재물을 소모하는 것 세 가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창고에 비가 새도 지붕을 수리하지 않아서 쥐나 새가 곡식을 까먹게 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논과 밭에 제때에 씨를 뿌리지 않거나 추수하지 않는 것입니다.

셋째는 곡식을 땅에 흘려서 버리는 것입니다.

이것들이 재물을 소모하는 세 가지입니다.”




무왕이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래도 궁금증이 풀리지 않았다.

“집에 세 가지 소모하는 것이 없는데도 부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은 또 무엇 때문인가?” 세 번째 질문에도 강태공이 대답했다.

“폐하, 그것은 그 집에 열 가지 나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열 가지란,

첫째, 일을 그르치는 것.

둘째, 일을 잘못 처리하는 것.

셋째, 어리석은 것.

넷째, 매사에 실수하는 것.

다섯째, 인륜을 거역하는 것.

여섯째, 상서롭지 못한 것.

일곱째, 종의 행색을 하는 것.

여덟째, 천한 일을 하는 것.

아홉째, 어리석은 것.

열째, 지나치게 강한 것 등입니다.

이런 일들이 저절로 화를 부르게 됩니다.”




강태공의 말을 다 들은 무왕은 참으로 옳은 말이라고 칭찬했다.

강태공의 말을 종합해 보자.

부자가 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아껴 써야 한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

유흥비로 탕진해서는 안 된다.

남들과 비교하거나 시기하지 말아야 한다.

강태공은 오늘날의 일부 졸부들처럼 단기간에 벼락부자가 된 삶을 부유한 삶이라고 하지 않았다.

부유한 삶이란 단지 돈이 많은 삶이 아니다.

남들 앞에서 큰소리치는 삶이 아니다.

진정 부유한 삶이란 자신에게는 ‘부’지런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유’연한 태도로 사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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