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학사전 알아?
아내가 뜬금없이 물어봤다.
소학사전?
그런 게 있었나?
고전소설이라고 하는데 나는 들어본 적이 없다.
한때 국문학 좀 공부했지만 전혀 모른다.
아내는 고2인 아들이 소학사전에 대한 발표를 해야 해서 아빠 도움을 좀 받으려 했는데 실망한 눈치다.
이대로 물러설 내가 아니다.
교보문고와 밀리의 서재를 검색해서 <소학사전>을 찾아냈다.
중국 고전소설인 <소지현나삼재합(蘇知縣羅衫再合)>의 내용을 우리 문화에 맞게 각색하여 번역한 번안소설이란다.
<소학사전>의 원자료는 <소지현나삼재합(蘇知縣羅衫再合)>인데 중국 명나라의 풍몽룡(1574~1646년)이 엮은 <백화단편소설집(白話短篇小說集)>에 실려 있다.
백화(白話)는 중국말을 뜻하니까 결국 중국말로 된 단편소설집이라 할 수 있겠다.
중국소설인데 우리나라 소설처럼 번역한 것이다.
인명, 지명, 풍속 등을 바꿔서 마치 우리 이야기처럼 만든 책이다.
내친김에 <소학사전>의 줄거리를 정리해 본다. 아마 고딩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중국 명나라에 정승 소승상은 소학사(소운)와 소위라는 아들들을 남기고 죽었다. 소운은 임금으로부터 황주자사의 관직을 받아 부임하게 되었다. 그런데 부임지로 가던 중 해적인 서준을 만났다. 서준은 소운의 부인을 빼앗으려고 소운을 장님으로 만든 뒤에 강물에 버렸다. 임신 중이었던 소학사의 부인 이씨는 서준에게 잡혀갔지만 가까스로 탈출하여 봉선사라는 절에 숨어 살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학사의 부인이 아들을 낳았는데 봉선사 노승의 제안을 받아 아들을 길에 버린다. 마침 그 길을 지나던 서준(해적)의 하인이 아기를 발견하였고 서준은 그 아기를 자기 양아들로 삼는다.
시간이 지나 소학사의 제삿날에 이씨 부인은 소학사를 다시 만날 것이라는 꿈을 꾼다. 한편 해적 서준의 양아들이 된 소학사의 아들은 계도라는 이름을 얻고 무럭무럭 자란다. 계도는 어머니가 없는 것에 슬퍼하고 또 아버지인 서준이 사람들에게 못된 짓을 일삼는 것을 매우 불쾌하게 여긴다. 마침 과거 시험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계도는 집안 유물인 청성고라는 거문고를 가지고 과거시험장이 있는 황성으로 길을 떠난다. 과거를 보러 가던 계도는 월봉산에서 어떤 노인을 만나는데 그 노인은 계도가 장차 장원급제를 할 것이며, 진짜 부모를 만나게 될 것이고, 원수를 갚게 될 것이며, 반가운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고 한다. 그러면서 부모를 만났을 때 쓰라고 하면서 약 두 봉지를 주고 떠나간다.
계도는 노인의 말을 이상하게 여겼지만 가던 길을 계속 간다. 저녁이 되어 어느 집에 들러 잠시 묵으려는데 그 집주인 할머니(계도의 친할머니)가 계도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그러면서 집주인 할머니는 자기 아들 소운과 계도가 너무 닮았다고 한다. 소운이 너무 소식이 없자 슬퍼하자 둘째 아들인 소위가 형을 찾아 길을 떠났는데 그도 소식이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지금 자기 눈앞에 소운과 똑같이 생긴 젊은이가 있으니 놀라울 뿐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뒤뜰에 천도화나무가 있는데 좋은 일이 있으면 한겨울에도 꽃이 피었다가 3일 후에 진다고 하며 마침 지금 꽃이 핀 걸 보니 이상하다고 한다. 월봉산에서 노인이 들려준 말과 지금 집주인 할머니의 말에 심란한 계도는 마음을 달래려고 거문고 청성고를 타며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그 거문고를 본 집주인 할머니가 대뜸 그 거문고를 붙들고 대성통곡한다. 왜 그러시냐고 묻자, 이 거문고는 자기 남편 소승상이 만든 것인데 자기가 황주로 떠나던 아들 소운에게 줬다고 한다. 계도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그 거문고는 자기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라고 한다. 그때 할머니는 거문고 가운데에 ‘청성고’라는 글자가 쓰여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로 거문고에는 ‘청성고’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어쨌든 계도는 그 할머니 집을 떠나 황성에 가서 과거를 치렀고 장원급제하였다. 계도를 눈여겨본 병부상서는 계도를 자기 사위로 삼았고 계도는 팔도도어사라는 직책을 받는다. 팔도도어사가 되어 고향으로 가던 계도는 전에 머물렀던 할머니 정씨 부인 집에 들른다. 그곳에는 그때도 천도화가 활짝 피어 있었다.
한편 해적 서준의 공격을 받아 두 눈을 잃고 강물에 버려진 소학사(소운)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낙양에서 20년 동안 거지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새로 부임한 팔도도어사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는 글을 써서 보낸다. 그 글을 받은 팔도도어사 계도는 그 글을 쓴 소학사가 진짜 자신의 아버지이며 자기를 길러준 서준은 나쁜 놈이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계도의 친어머니 이씨 부인도 팔도도어사인 계도에게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글을 보낸다. 그 글을 받은 계도는 자신의 진짜 부모를 찾고 원수를 갚으리라 다짐한다. 마침 그때 꿈속에서 월봉산의 노인이 나타나서 전에 며칠 묵었던 집의 할머니 정씨 부인이 계도의 친할머니라고 알려준다.
자기 양아들인 계도가 장원급제했다는 소식을 들은 서준은 더욱 못된 짓을 일삼는다. 계도는 몰래 보낸 부하들을 통해서 서준의 악행을 일일이 보고 받는다. 그러던 중 어느 주막에서 소경을 만났는데 그와 대화하던 중 그 소경이 자신의 아버지 소학사(소운)임을 알게 되고 양아버지인 서준이 사실은 원수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백운암의 노승에게서 왜 이씨 부인이 갓 낳은 아들을 버렸는지 자초지종을 듣고 서준의 부하들을 통해서 자신이 어떻게 해서 서준의 양아들이 되었는지도 듣게 된다. 계도는 소경이 된 소학사에게 찾아가서 자신이 아들임을 밝히고 부자상봉을 한다. 그리고 월봉산의 노인이 준 약 한 봉지로 아버지의 시력을 회복시킨다. 그런 다음 계도는 백운암에 가서 어머니 이씨 부인을 만난다. 이씨 부인은 20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남편과 아들을 만난 충격에 기절한다. 그때 계도는 월봉산의 노인이 준 또 다른 약으로 어머니를 살린다.
이후에 계도는 서준을 잡아 죄를 낱낱이 밝힌 후 처형한다. 하지만 길러준 정을 생각해서 장례식은 후하게 치러준다. 한편 소학사를 찾아 떠났던 소학사의 동생 소위도 돌아와 소학사와 형제간의 상봉을 한다. 임금은 계도를 병부상서로 승진시킨다. 계도의 아버지 소학사에게도 높은 관직이 내려진다. 그리고 임금은 계도의 성을 고쳐서 서계도가 아니라 소계도로 불리게 한다. 계도의 할머니 정씨 부인의 뒤뜰에는 천도화가 꽃을 피워 경사스러운 일을 알린다. 계도는 아내를 데리고 와서 부모님과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리게 한다. 계도의 할머니가 세상을 뜨자 소학사가 3년상을 치렀고 소학사의 집안은 승승장구한다. 시간이 흘러 소학사 부부는 같은 날에 세상을 떠났고 소계도는 2남 2녀를 낳아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