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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잘 보내세요

by 박은석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는데 3시간 넘게 운전해서야 갈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 왜 이리 자동차가 많은가 했더니 휴가철이어서 그런가 보다.

아닌 게 아니라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자동차들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었다.

그 자동차들 중의 상당수는 아마 휴가 여행을 떠나는 중이었을 거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이하여 전국 방방곡곡의 산과 계곡이 들썩이고 있다.

해수욕장마다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해외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로 인해 공항도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저마다 쌓였던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고 홀가분한 몸과 마음으로 돌아오리라 생각하며 휴가를 떠나고 있다.

일찌감치 휴가를 떠났던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을 간직하고 돌아오고 있다.

다음 휴가 때까지 어떻게 지내려나 하는 마음에 먹먹하기만 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나처럼 아직 휴가 일정도 짜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래도 지금은 분명 휴가철이다.




한자어 ‘휴가(休暇)’는 ‘쉴 휴(休)’ 자에 ‘틈 가(暇)’ 자가 합쳐진 말이다.

말 그대로‘쉴 틈’이다.

열심히 일한 다음에 잠시 느긋하게 쉬면서 지내는 시간이다.

누군가는 놀고먹는 시간이라고 하고 낭비하는 시간이라고도 한다.

그 시간을 아껴서 더 많이 일을 하면 좋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말을 하는 사람은 휴가를 안 가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자기 휴가는 꼬박꼬박 챙긴다.

쉬는 시간은 놀고먹는 시간이 아니다.

쉬는 시간은 낭비하는 시간도 아니다.

쉬는 시간은 말 그대로 쉬는 시간이다.

그다음 일을 하기 위해서 잠시 쉬는 시간이다.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일을 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많은 실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이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쉬지 않고 계속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일을 하다 보면 반드시 탈이 난다.

탈 나기 전에 쉬어야 한다.




일을 많이 하려면 중간중간에 쉴 틈을 많이 가져야 한다.

주 5일 근무, 주 52시간 근무, 하루 8시간 노동 등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사람이 탈 나지 않으면서 계속 일을 하려면 그 정도의 시간 안배가 필요하다.

쉬는 시간은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재 창조를 위한 시간이다.

미국의 대통령 링컨은 “만약 나무를 베는 데 6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그중에서 4시간 동안은 도끼를 가는 데 쓰겠다.”라고 했다.

무뎌진 도끼로 여러 번 내려치는 것보다 도끼날을 날카롭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도끼를 가는 데 사용한 시간은 나무를 베기 위해서 꼭 필요한 시간이다.

이처럼 휴가는 마치 도끼를 가는 시간과 같다.

소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보충하는 시간이고 소멸하는 시간이 아니라 재창조하는 시간이다.

휴가는 써서 없어지는 시간이 아니다.

더 많은 것을 얻고 담아내는 시간이다.

열심히 일했다면 꼭 휴가를 가야 한다.




강원도 춘천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댐인 소양강댐이 있다.

1967년 4월 15일에 착공해서 무려 6년 6개월 만인 1973년 10월 15일 완공되었다.

엄청난 인원과 재원을 쏟아부어서 완공했지만 소양강댐은 그 후 8년 동안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듯 보였다.

8년 동안 그저 물을 모으기만 했다.

뭔가 대단한 퍼포먼스가 보여질 것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소양강댐은 실망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 8년의 시간 동안 소양강댐이 물을 저장했기에 대한민국의 수자원이 안정화되었고 발전소를 가동하게 되었으며 강원도와 수도권에 사는 수천만 명에게 좋은 물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쉴 틈이 있었기에 소양강댐은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었다.

우리도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

앞으로 남은 날들도 열심히 살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은 잠시 쉴 틈, 휴가를 가져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지금은 휴가를 가야 한다.

휴가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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