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 만들겠다는 그의 외침은 미국을 위해서라면 다른 나라는 안중에도 없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취임하자마자 국경을 강화하고 불법 이민자들을 추방하고 미국 내에 들어오는 물품에 대해서 엄청난 세금을 물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다국적 기업에 대해서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 미국 내에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하게 하는 등 직간접적인 지원을 퍼붓게 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에 뿔난 나라들도 맞불 작전을 펼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그 위력이 그리 세지 않다.
어쨌든 지금 현시점에서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고 세계 최대 소비 국가이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포기하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제안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15%의 관세와 함께 미국에 대한 엄청난 지원을 하는 선에서 관세협상이 일단락은 되었다.
하지만 이번이 끝은 아닐 것이다.
두 번째, 세 번째 카드를 계속 내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 정부는 고심할 테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될 것이다.
경제나 정치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는 나로서도 이런 그림이 그려진다.
이러한 조치의 결과로 당장은 미국 경제 사정이 나아질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이다.
쉽게 말하면 세계 각국의 공장에서 만든 물건들의 거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팔린다.
그 많은 물건들에 세금이 15%, 20% 더 붙는다면 수출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난 손해이다.
그렇다고 해서 물건값을 15%, 20% 더 올리기도 쉽지 않다.
소비자들이 그만큼 비싼 값을 선뜻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으로 수출하던 각국의 공장들이 줄줄이 파산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다른 나라의 공장들이 죽어가는 동안에 미국에는 새로운 공장들이 들어선다.
미국 내에 공장을 지어주는 다국적 기업들에 대해서는 세금을 줄여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방식으로 물건을 생산하더라도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과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은 어마어마한 가격 차이가 생길 것이다.
일단 미국인들의 인건비와 중국인들의 인건비가 같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 차이를 어떻게 메꾸려는지 궁금하다.
같은 상표가 붙어있는데 비싼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을 살까?
아니면 메이드 인 아시아 제품을 살까?
가격은 그렇다 치고 제품의 질은 어떨까?
나는 미국에서 생산된 제품보다 아시아에서 생산된 제품이 더 좋을 것이라고 본다.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은 1960년대 이후 제조업이 사라지면서 숙련된 기술자도 없어졌다.
이제 그들을 가르치면서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값은 비싼데 질은 낮은 물건이 나올 수 있다.
미국에 공장을 지어주고 일자리를 만들어준다고 해서 미국 경제가 갑자기 살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4년 동안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길게 보면 미국이나 미국을 상대하는 나라들이나 모두 힘들어질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서구 열강들은 자기 나라를 부강하게 하려고 다른 나라를 괴롭혔다.
이는 제국주의라는 거대한 괴물을 낳게 했다.
그 피해가 얼마나 컸었는지 잘 알 텐데 21세기에 미국은 자기들은 다를 것이라는 망상을 하는 것 같다.
위대한 미국을 만들려다 거대한 리바이어던을 탄생시키는 것은 아닐까?
김민기의 <작은 연못>이란 노래가 있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에 예쁜 붕어 두 마리가 살고 있었는데 서로 싸워 한 마리가 죽었다.
그럼 이긴 붕어가 잘살았을까?
아니다.
죽은 붕어가 썩으면서 물도 썩었다.
이긴 붕어도 결국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