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잘할 수는 없지만 잘할 수 있는 것에 잘할 수는 있다. 한 가지이든 두 가지이든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최근 나의 마음가짐이다. 얼마 전까지는 읽고 쓰는 일을 다 잘하려고 했다. 요즘은 그게 버겁다. 그래서 쓰는 일은 좀 느슨하게 하고 있다. 대신 읽는 일은 잘하려고 한다. 1년 400권 독서 목표를 채우려면 잠시라도 읽는 일을 느슨하게 할 수 없다. 상반기의 한두 달을 조금 느슨하게 읽었더니 진도를 맞추기가 굉장히 어렵다. 느슨함이 금세 습관이 되려고 한다. 마이클 이스터의 <편안함의 습격>을 읽으며 마음을 여러 번 다잡았다. ‘편안해지면 안 된다. 편안해지면 안 된다.’ 물론 책을 읽을 때까지만 그 느낌 그 각오였다. 책이 손에서 떠나면서 그 느낌 그 각오도 마음에서 떠나버렸다. 다시 편안해지려고 한다. 조금만 덜 편안하게 지냈더라면 7월까지의 목표인 234권을 채울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지난 7월에는 사회 문제를 다루는 책들에 눈이 많이 갔다. 나는 혼자만의 세상에서 사는 게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함께 복잡한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내가 잘 살아가려면 내가 속한 사회가 어떤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터뜨렸다. 대한민국은 이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지 관심이 많았다. 관세장벽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삶의 질은 낮아질 수 있다는 염려가 들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미국은 관세 문제를 들고 나왔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관세전쟁>을 읽었다. 시간이 지나면 더 명확해지겠지만 관세는 서로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 전쟁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승자도 패자도 고통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글을 쓰는 현재 관세협상은 마무리되었다. 그 결과에 대해서 왈가왈부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우리 대표단이 선방했다는 평가다. 나로서는 일단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쓴다는 사실을 이번 7월의 독서에서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의 버섯을 주제로 글을 쓴 녜룽칭. 쓰레기를 소재로 해서 역사를 기술한 로만 쾨스터. 자전거에 대한 백과사전적 지식을 드러낸 한스 에르하르트 레싱.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대한민국 헌법을 한 번이라도 읽어보라고 외치는 박주민.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되돌아보며 미래 사회를 바라본 장강명. 위건 부두라는 수수께끼 안에 탄광노동자의 삶을 그린 조지 오웰. 공중 곡예사의 일생을 담담한 어조로 풀어간 폴 오스티.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을 면밀히 조사하여 보고한 데이비드 앨런 시블리. 도대체 세상을 바라보는 이 작가들의 눈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나는 왜 그들처럼 세상을 보지 못했을까? 나는 왜 그들이 보는 것을 보지 못했을까? 책들을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작가들과 시선을 맞추고 싶었다.
2025년 7월의 독서목록 35권을 소개한다. 누군가에게는 흥미로운 목록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읽어볼 책 목록에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누군가에게는 그냥 스쳐지나가는 글자일 뿐일 수도 있고.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산에도 가고 계곡에도 가고 강가와 바닷가에도 갈 것이다. 그때 부디 책도 가져가길 바란다. 단 몇 분뿐일지라도 그 짧은 시간에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단 몇 문장만이라도 책 속에서 건져낼 말을 발견할 수 있길 바란다. 기왕이면 내가 권하는 서른다섯 권의 책 중에 한 권이라도 읽고 싶은 책이 들어 있길 바란다. 그게 바로 내가 매월 읽은 책을 정리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내가 읽은 책들이니 안심하고 읽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가 읽고 영 아니다 싶은 책은 따로 구분해서 읽지 말라고 하겠다. 그런데 지금까지 경험상 읽지 말아야 할 책은 없다. 모든 책은 다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194. <우리는 외부 세계를 어떻게 아는가>. 버트런드 러셀. 송누리. 해밀누리. 20250701
195. <스웨덴 기사>. 레오 페루츠. 강명순. 열린책들. 20250703
196. <관세전쟁>. 추동훈, 이승주, 강영연. 한스미디어. 20250703
197. <10년 후 세계사 미래의 역습>. 구정은 이지선. 청림출판. 20250704
198. <버섯중독>. 녜룽칭. 김지민. 글항아리. 20250704
199.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달출판사. 20250705
200. <쓰레기의 세계사>. 로만 쾨스터. 김지현. 흐름출판. 20250706
201. <세상을 바꾼 명연설 (사회편)>. 정인성. 답. 20250709
202. <의젓한 사람들>. 김지수. 양양하다. 20250710
203.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임호경. 열린책들. 20250711
204. <쓰게 될 것>. 최진영. 안온북스. 20250712
205.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김도연,이선화. 달콤한 책. 20250713
206.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김은령. 에코리브르. 20250714
207. <자전거, 인간의 삶을 바꾸다>. 한스 에르하르트 레싱. 장혜경. 아날로그. 20250715
208. <미중 화폐전쟁>. 조경엽. 미래의창. 20250715
209. <사는 동안 틈틈이 행복합시다>. 박근호. 히읏. 20250716
210.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이창실. 문학동네. 20250716
211. <전쟁의 시대, 인간을 묻다>. 해블록 엘리스. 언어의 숲. 해밀누리. 20250717
212. <나태주의 행복수업>. 김지수. 열림원. 20250717
213. <주민의 헌법>. 박주민. 메가스터디. 20250718
214. <불평등의 이유>. 노엄 촘스키. 유강은. 이데아. 20250719
215. <전체주의의 심리학>. 마티아스 데스멧. 김미정. 원더박스. 20250720
216. <먼저 온 미래>. 장강명. 동아시아. 20250721
217.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조지 오웰. 이한중. 한겨레엔. 20250722
218. <나를 아프게 한 말들이 모두 진실은 아니었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이근오. 모티브. 20250722
219. <공중 곡예사>. 폴 오스티. 황복석. 열린책들. 20250722
220.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의 명시 99선>. 이강래. 다연. 20250723
221. <새의 언어>. 데이비드 앨런 시블리. 김율희. 윌북. 20250724
222. <어떻게 살 만한 세상을 만들 것인가>. 노엄 촘스키, 폴리크로니우. 최유경. 알토북스. 20250724
223. <무엇도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카를로 로벨리. 김정훈. 쌤앤파커스. 20250725
224.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미셸 르 방 키앵. 김수영. 프런트페이지. 20250726
225. <조선혁명선언>. 신채호. 포르투나. 20250728
226. <편안함의 습격>. 마이클 이스터. 김원진. 수오서재. 20250729
227. <호모 히브리스>. 요하네트 크라우제, 토마스 트라페. 강영옥. 책과함께. 20250731
228. <책문 - 이 시대가 묻는다>. 김태완. 현자의 마을. 202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