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들 중에서 가장 작은 새는 벌새이다.
몸길이가 6.5Cm 정도라고 하니 성인 새끼손가락 정도의 크기다.
종류에 따라 큰 놈들도 있다고 하지만 20Cm 안팎이다.
내 손바닥 정도이다.
이렇게 작은 녀석이 거대한 대자연 속에서 어떻게 살아가려나 싶다.
큰 놈들이 거의 모든 것을 차지하는 세상이다.
작은놈들은 큰 놈들 앞에서 기가 죽는다.
큰 놈들이 세상을 다스리는 것처럼 보인다.
큰 놈은 강하고 모든 것을 잘할 것 같다.
반면에 작은놈은 약하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을 것 같다.
이런 시선으로 보면 벌새는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새처럼 보인다.
그러나 벌새는 엄청난 재능들을 가지고 있다.
제자리에 떠 있는 체공비행, 갑자기 방향을 바꾸는 급선회비행, 사방팔방 어디로든 날아가는 전방위비행, 심지어 뒤로 날아가는 후진비행까지 한다.
모든 새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비행능력을 가지고 있다.
벌새가 이런 재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그의 날갯짓 때문이다.
벌새는 벌처럼 빠른 날갯짓을 한다.
1초에 60번 이상, 1분에 3,600번 이상 날갯짓을 한다.
이런 엄청난 날갯짓 때문에 벌새는 제자리에 떠 있을 수도 있고 순식간에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다른 새들은 날갯짓을 할 때 푸드덕하는 소리를 낸다.
하지만 벌새는 그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갯짓을 하기 때문에 꿀벌처럼 부우웅하는 소리가 난다.
한번 두 팔을 벌려서 새들처럼 날갯짓을 해 보라.
두 팔에서 푸드덕하는 소리를 내는 것도 쉽지 않다.
하물며 부우웅하는 소리를 내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하다.
천양희 시인은 <벌새가 사는 법>이란 시에서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 파도는 하루에 70만 번이나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내 몸을 쳐 시를 쓰나?”
라고 자문했다.
1초에 60번 이상 날갯짓을 할 때 벌새의 날개는 끊어질 듯이 아플 것이다.
운동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벌새의 심장은 폭발할 지경일 것이다.
건강한 성인의 심장은 1분에 60~70번 뛴다.
벌새는 1분에 1분에 600번에서 1,000번 정도 뛴다.
벌새의 체온은 41도까지 올라간다.
서로 사랑을 나누는 벌새 두 마리를 보라.
그들은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가장 가슴 벅찬 사랑을 나누다.
미국 흑인 여성의 대모인 마야 안젤루는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 막힐 정도로 벅찬 순간을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로 평가된다”
고 했다.
그 말에 따르면 벌새는 모든 생명체 중에서 가장 위대한 삶을 사는 존재일 것이다.
가장 작지만 가장 부지런히 날갯짓하는 새.
가장 약하지만 가장 열심히 사는 새.
온몸이 불붙듯이 뜨거운 삶을 사는 새.
심장이 터지도록 숨 막히는 사랑을 하는 새.
그 새가 바로 벌새이다.
케냐 출신의 왕가리 마타이 여사는 벌새에게 삶을 배운 사람이다.
그녀는 사막화되어 가는 아프리카땅을 살리기 위해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그 영향으로 200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수상 소감에서 그녀는 깊은 울림을 주는 말을 남겼다.
“숲에 불이 나면 모든 동물이 도망갑니다. 그런데 달아나지 않고 숲을 지키는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벌새입니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새는 숲에 불이 나면 개울가에서 그 작은 부리로 물을 머금고 와서는 불붙은 나무 위에 뿌립니다. 숲을 집어삼킬 수도 있는 큰 불에 비하면 벌새의 이런 행동이 하찮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이 벌새에게서 인류가 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60억 인류가 벌새가 되어 한 사람 한 사람이 평생 나무 10그루를 심는다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벌새에게 배우자.
벌새가 우리의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