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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by 박은석


유교의 경전을 들라면 흔히 사서삼경(四書三經)을 이야기한다. 논어(論語), 맹자(孟子), 대학(大學), 중용(中庸)의 4서와 시경(詩經), 서경(書經), 역경(易經)의 3경이다. 예기(禮記)와 춘추(春秋)를 더하여 사서오경(四書五經)이라 하기도 한다.




논어(論語)는 ‘말을 논한다’는 뜻을 지니는데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주고 받은 말과 생활을 기록한 책이다. 맹자(孟子)는 공자의 뜻을 계승 발전시킨 인물인데 그의 가르침을 기록한 책이 또한 맹자이다. 대학(大學)은 ‘큰 학문’이란 뜻인데 왜 공부를 해야 하며 공부의 목적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책이다. 중용(中庸)은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갖추어야 할 마음과 삶의 자세를 가르쳐주는 책이다.




시경(詩經)은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칠 때 참고로 사용한 고대의 시들을 모은 책인데 주(周)나라 때부터 춘추시대까지의 시 311편이 수록되어 있다. 서경(書經)은 요순(堯舜)시대부터 주나라 때까지의 정사(政事)에 관한 내용을 모은 역사서이다. 역경(易經)은 주역(周易)이라고도 하는데 천문, 지리, 물리 등 세상 변화에 관한 원리를 음양의 변화에 따라 해설한 책이다. 그리고 춘추(春秋)는 공자가 자신의 조국인 노나라의 역사를 나름대로 정리한 책이다.




내가 동양인이기에 동양사상의 중심인 유교의 경전을 읽어볼 필요도 있다. 서양인을 보면 그 사람이 성경을 알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꿰뚫고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서양인이라면 성경과 일리아드 오딧세이아는 한번쯤 읽어봤으리라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서양인들도 나 같은 동양인을 보면 논어, 맹자 정도는 읽어봤을 거라 생각하지 않을까? 언젠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틈나는 대로 논어, 맹자 같은 책을 읽는다.




유교의 경전을 읽다 보면 공부하라는 말이 참 많이 나온다. 공자 선생부터가 공부하기를 좋아했던 사람이니까 그런가 보다. 아예 공부를 해서 깨달아 알아야 군자가 된다고 한다. 평생 공부하라는 가르침이 유교의 핵심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다. 맹자는 사람이 착하게 태어났는데 그 착함을 잘 유지하려면 공부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순자는 사람이 악하게 태어났는데 그 악한 사람이 착하게 되려면 공부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유교에서는 돌아가신 분의 위패에도 학생(學生)이라는 말을 붙인다. 제삿날 지방에 쓰는 대표적인 글도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이다. 평생을 학생으로 배우다 가신 분을 제사의 자리에 모시는 글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유교에서는 왜 평생 공부하라고 했는지, 공부해서 뭘 어쩌자는 건지, 배움의 목적을 무엇이라고 가르쳤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그리 많이 찾아보지 않아도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대학(大學)의 첫 구절에 적혀 있었다. 大學之道 在明明德, 在新民, 在止於至善(대학지도 재명명덕, 재신민, 재지어지선)! “큰 학문의 길은 밝은 덕을 밝히는 데 있고, 백성을 새롭게 함에 있으며, 지극한 선에 머무르는 데 있다.”




“공부해서 남 주냐? 다 너 잘 되라고 공부하라는 거 아니냐?” 어렸을 적에 흔히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2500년 전에 살았던 공자 선생은 공부해서 남 주라고 했다. 공부해서 덕을 끼치며 살라고 했다. 공부해서 다른 사람을 새롭게 하라고 했다. 공부해서 지극히 선한 상태를 유지하라고 했다. 내 식으로 표현하자면 공부해서 나도 잘 되고 남도 잘 되고 이 세상도 잘 되게 만들라고 했다. 아직 내가 잘 안 되었다면 공부해야 한다. 아직 남이 잘 안 되었다면 공부해야 한다. 아직 이 세상이 잘 안 되어 보인다면 공부해야 한다. 평생 공부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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