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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이유, 존재의 필요

by 박은석


가을이 깊어지는 계절 11월인데 사무실에 모기가 날아다닌다.

어쩌다 정신줄을 놓친 한 마리가 아니다.

한 마리가 이리 날아가고 또 한 마리가 저리 날아간다.

손바닥을 맞부딪치면서 모기를 잡아보지만 잡은 모기 숫자만큼 또 어디선가 모기가 나온다.

사무실에 화분이 있어서 그런가? 사무실 공기가 따뜻해서 그런가? 도대체 11월에 모기가 출몰하는 원인을 알 수가 없다.

얼마 전에 뉴스에서 본 것 같기는 하다.

가을이지만 날이 따뜻해서 그렇다고.

이것도 이상기온 현상의 영향이라고 한다.

하여간 요즘은 이상기온의 영향이라고 하면 땡이다.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서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 치더라도 나는 모기가 싫다.

모기만 보면 잡아 죽이고 싶은 살기를 느낀다.

한 손으로 잽싸게 움켜잡아서 모기가 손아귀 안에 들어갔다 싶으면 깡다문 주먹을 주물럭거린다.

내 손 안이 모기의 무덤이 되는 순간이다.




때로는 내 몸을 미끼로 내놓기도 한다.

모기가 내 팔뚝이나 다리에 앉기까지 숨죽이고 지켜본다.

미련 멍텅구리 같은 모기는 내가 자기를 잡으려고 잔뜩 노려보고 있는 것도 모르고 맨살이 드러난 내 팔뚝이나 다리에 살포시 앉는다.

빨대를 뽑아 들고 내 피부에 꽂으려는 순간 ‘찰싹!’ 손바닥 세례를 받는다.

위장이 터지고 창자가 터져서 납작해져 버린 모기를 손가락으로 툭 치는 순간 희열을 느낀다.

‘한 놈 잡았다!’ 가끔은 내 손바닥 세례를 피하는 순발력 빠른 모기를 만나기도 한다.

내 피를 찔끔 빨아먹고 재빨리 도망치는 놈이다.

그런 놈을 만나면 머리끝까지 화가 치민다.

내 피를 뺏겼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민다.

반드시 때려잡아 복수하고 싶다.

모기가 날아가는 곳을 따라 내 두 손바닥이 ‘짝 짝’ 마주친다.

용케도 피해서 도망가는 그놈도 대단하다.

이번에는 놓쳤지만 다음에는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온갖 병원균을 옮기는 놈.

내 피를 빼앗아가 가는 놈.

피부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놈.

이 놈의 모기가 싫다.

왜 하나님은 모기를 만드셨을까? 그 이유를 물어보고 싶다.

세상에 백해무익한 것이 모기가 아닐까 싶다.

이놈의 모기를 다 잡을 때까지 편하게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역시나 세상은 넓고 역사는 깊으며 엉뚱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많았다.

1959년에서 1962년 사이에 중국 사람들은 모기와 쥐, 파리와 참새를 잡아 죽이는 광란을 펼쳤다.

제사해운동(除四害運動)이라고 하는데 콜레라와 말라리아와 흑사병의 바이러스를 옮기는 모기와 파리 그리고 쥐를 박멸하자는 운동이었다.

여기에 더하여 곡식을 쪼아 먹는 참새도 없애 버리자고 했다.

사람들은 모기와 파리, 쥐와 참새를 다 잡아서 죽이면 중국이 건강한 나라가 되고 먹거리가 풍족한 나라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중국인들은 대단했다.

이 기간 동안에 그들은 쥐 15억 마리, 모기 1,100만Kg, 파리 1억Kg, 참새 10억 마리를 잡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메뚜기떼가 구름처럼 몰려와 논밭을 초토화시켰다.

메뚜기를 잡아먹는 참새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메뚜기가 식물들을 갉아먹어 버렸다.

농사는 망쳤고 흉년이 계속되었다.

공식적인 발표는 안 했지만 이 기간 동안에 무려 1,500만 명에서 3,000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한다.

대 기근의 시절이었다.

펄 벅의 <대지>는 이 시기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중국인들은 비로소 참새가 없으면 농사를 망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부랴부랴 소련에서 20만 마리의 참새를 사서 들여왔다.

그들은 참새가 곡식을 쪼아 먹는 해로운 존재라고만 생각했다.

참새가 온갖 곤충들을 잡아먹는 이로운 존재인 것은 몰랐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의 이유가 있고 존재의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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