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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배울 게 있다

by 박은석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만날 때마다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 주는 사람이 있다.

그분은 누구를 만나든지 환하게 웃어준다.

목소리 톤이 높다.

좋은 말을 해 준다.

무엇보다도 그 얼굴 표정이나 말투에서 진정성이 묻어난다.

사람을 만나다 보면 미운 사람도 있을 테고, 얼굴조차 보기 싫은 사람도 있을 테고, 말을 섞기 싫은 사람도 있을 텐데 어떻게 모든 사람을 밝게 대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있어서 물어봤다.

그랬더니 자기는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좋은 모습만 보인다고 한다.

그것 참 이상했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좋은 모습만 보일 수 있을까?

못된 모습도 보이고 더러운 모습도 보일 텐데 그런 모습은 어떻게 색칠을 하는 것일까?

그분이 말을 이었다.

물론 상대방에게서 안 좋은 모습도 보이지만 그보다 좋은 모습이 더 크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었다.




그분은 한때 아동용 가구점을 운영하였었다.

꽤 고가의 브랜드 제품이었다.

장사 수완도 좋아서 판매왕 경력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판매왕이라고 해도 매일 장사가 잘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인가는 물건을 구매하는 손님이 한 명도 없었던 때도 있었다.

근처에 유명 건축회사의 아파트가 들어서고 입주가 시작될 때였다.

옆 가게들은 매출이 쑥쑥 올라가고 있었는데 그날따라 그분의 가게에는 손님이 없었다.

해가 기울고 가게 문을 닫을 시간이 되었다.

다음날을 위해 가구들을 정리하고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한 젊은 엄마와 초등학교 1학년쯤 되는 여자아이가 그 가게에 들어섰다.

한눈에 딱 봐도 그냥 구경만 하고 갈 것 같은 행색이었다.

아이는 삐삐머리를 했는데 머리스타일만 삐삐를 닮은 것이 아니라 얼굴도 삐삐를 닮았다.

예쁜 얼굴이 아니었다.

손님들이 빨리 둘러보고 나가시라고 마음속으로 빌고 있었다.




가게에 들어선 아이는 대뜸 이층침대에 올라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방금 청소와 정리를 마쳤는데 또 흩어 놓겠구나 생각했지만 어쩔 수 있겠는가 손님인데.

아이는 신이 나서 이층침대 위로 올라갔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침대에 누워봐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러라고 대답하며 아이 엄마를 보니까 비싼 가구에 아이가 때를 묻힐까 조마조마해하는 눈치였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이가 이층침대를 너무 좋아하고 있으니 그것을 살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장님의 목소리가 한층 밝아졌다.

장사 본능이 발동한 것이다.

친절하게 이것저것 설명해 주는데 침대에서 놀던 아이가 옆에 왔다.

“근데 아줌마, 아까 처음에는 아줌마가 무서워 보였는데 지금은 너무 예쁘게 보여요.”

순간 가구점 주인인 그분의 마음에 큰 깨달음이 왔다.

귀찮아하는 마음이 얼굴에 다 비치는구나! 그 후로 그분은 자신의 얼굴과 말투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시간씩 거울을 보면서 미소 짓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말투를 고치는 훈련도 했다.

어떻게 하면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친절히 대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실천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모든 사람에게 밝게 대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짜리 삐삐머리의 그 아이가 큰 것을 가르쳐 주었다.

그날 아이의 엄마가 1천만 원어치의 매출을 올려주었다고 했는데 그것보다 아이가 준 선물이 더 컸다.

엄마가 팔아준 1천만 원은 그때의 일로 끝났지만 아이가 준 선물은 평생 삶의 태도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공자는 아이에게서도 배울 게 있다고 했다.

에릭 호퍼는 길바닥 위에서 부랑자처럼 살았지만 위대한 철학자가 되었다.

길바닥 위에서 끊임없이 배웠기 때문이다.

좋은 학교, 좋은 선생님이 있어야 잘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둘러보면 이 세상은 배울 것 천지이다.

어디에서나 누구에게서나 배울 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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