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한 아이가 둑에서 물이 졸졸 새는 것을 보고 손으로 그 물을 막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삽시간에 둑이 터질 것을 직감했다.
둑이 터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을 해 보니 구멍을 손가락으로 막는 것밖에 없었다.
어른들이 올 때까지 물을 막아보자는 생각을 했다.
구멍 난 둑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건 쉽지 않다.
경험해 본 사람은 안다.
물줄기의 힘이 세다는 것을.
손가락으로 그 물줄기를 막으려면 굉장한 힘이 들어가야 한다.
아이는 온몸의 힘을 손가락에 집중시켜서 물을 막으려고 했을 것이다.
어른들이 올 때까지 그렇게 물을 막는 것에 성공했으니 다행이다.
만약 실패했더라면 둑이 터질 때 제일 먼저 피해를 입는 사람은 둑에 서 있었던 그 아이였을 것이다.
내가 그 아이의 아버지라면 절대로 아이를 그 위험한 곳에 두지 않을 것이다.
빨리 거기서 나오라고 다그쳤을 것이다.
다윗이 골리앗과 전투를 하기 전에 사울왕이 다윗을 만나 보았다.
굉장한 장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윗을 보니 십대의 청소년이었다.
사막의 여우 롬멜 장군을 잡으려고 고등학생 학도병을 보내는 꼴이다.
골리앗이 일대일 싸움을 제안했으니 응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과연 이 아이를 전장에 보내야 하는가 고민하던 사울에게 다윗이 말했다.
“제가 아버지의 양을 지킬 때 사자나 곰이 오면 그놈들과 싸웠고 그놈들의 수염을 잡고 늘어졌습니다.
결국에는 사자와 곰도 이길 수 있었습니다.”
사울왕은 다윗의 용맹에 감탄을 했고 골리앗과의 일대일 전투에 뛰어들게 했다.
내가 만약 다윗의 아버지라면 사자나 곰을 만나거든 재빨리 도망치라고 했을 것이다.
괜히 용감한 척 사자나 곰과 맞서 싸우다가 사자밥이 되거나 곰의 샌드백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짧고 굵게 사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명줄은 긴 게 최고다.
네덜란드의 이름 모를 한 아이나 골리앗 앞에서의 다윗은 어쩌면 미친 짓을 한 것이다.
자기가 뭐 대단한 인물도 아닌데 둑의 물을 막고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이긴단 말인가? 그들도 자신이 맞닥뜨린 상황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다른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경기에 대표 선수로 뽑힌 것이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는다.
어차피 꼴찌일 것이라고 지레짐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도 다 있다.
분명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인데 기적처럼 그 일이 가능해질 때가 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은 일인데 마침 내가 던진 계란을 맞고 바위가 쩍하고 쪼개질 수 있다.
우연히 쏜 화살이 그리스에서 최고로 용맹스러운 아킬레스 장군의 가장 약한 부분에 날아가 꽂힐 수 있다.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우리 집안에서 바람처럼 신궁의 장수가 나올지.
네덜란드의 한 아이는 평상시에도 둑의 상태를 유심히 지켜본 아이였다.
물이 샜을 때는 어떻게 해야 물을 막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던 아이였다.
골리앗 앞의 다윗은 평상시에도 물맷돌 던지는 연습을 많이 한 청소년이었다.
어느 정도의 돌멩이를 사용하며, 얼마만큼의 원심력을 이용해서 던져야 하는지..., 어느 만큼 가까이 왔을 때 던지는 게 나은지 등을 치밀하게 생각하고 연습해 보았다.
작은 희생으로 커다란 결과를 얻은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그 작은 희생을 펼치기까지 숱한 경험과 연습과 사색이 있었다.
새는 둑을 손가락으로 막은 네덜란드의 한 아이나, 골리앗 앞에 선 다윗은 힘없는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그들은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일을 성공시켰다.
남들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인데 그들은 간단히 해결해 버렸다.
일 앞에 겁먹지 말자.
묵묵히 내 일을 하다 보면 기적의 일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