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계절이 있다

by 박은석


꽃샘추위도 없이 봄을 맞이하나 보다. 3월에는 한 번쯤 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오겠지 생각하며 겨울옷들을 걸어두고 있었다. 추위는커녕 날이 점점 따스해지더니 4월도 되기 전에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4월 첫 번째 일요일인 오늘은 온 세상이 하얀 벚꽃으로 물든 것 같다. 날을 잡아서 꽃구경 다녀온 사람들은 더없이 좋은 경치를 보았을 성싶다. 밤이 깊어지면서 천둥과 번개가 내리쳤다. 빗줄기가 강했으니 벚꽃이 흐드러지게 땅바닥으로 떨어졌을 것 같다. 이 벚꽃이 지고 나면 봄이 깊어지고 여름이 다가올 것이다. 무슨 공식이 있는 것처럼 해마다 벚꽃이 화사하게 핀 후에는 봄비가 내리고 벚꽃이 지고 나면 여름이 온다. 아무리 화사한 벚꽃이 좋다고 하더라도 1년 내내 벚꽃이 만개한 풍경 속에 살아간다면 벚꽃이 아름답게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변화가 있기에 벚꽃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다.




나무나 꽃에만 계절의 변화가 있는 게 아니다. 인생에도 계절의 변화가 있다. 싹이 나고 줄기가 자라고 가지가 뻗어나고 꽃이 피었다 지고 그 자리에 열매가 영그는 것처럼 인생도 그 비슷한 변화를 거친다. 태어나 어린 시절은 싹을 틔우고 줄기가 자라는 시절이다. 잠깐 사이에 엄청나게 자란다. 키도 자라고 지식도 자라고 힘도 자란다.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지내면서는 인간관계의 가지가 넓게 뻗어난다. 화사하게 청춘의 꽃을 피운다. 꿀벌과 개미가 꽃술에 달려들 듯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꽃 피우는 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인생의 화려함이 저물어간다. 꽃이 지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 자리에 열매가 맺히기에 그 열매를 바라보면서 흐뭇해한다. 계절이 지나면 그 열매도 익어 떨어지고 이파리도 말라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 업적도 성과도 사랑과 사람도 다 떠나가고 홀로 남는 인생과 이와 같다.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 언젠가는 자라고 언젠가는 꽃피우고 언젠가는 열매를 맺고 언젠가는 앙상한 가지만 남는다. 이 변화를 이상하게 여기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항상 꽃길만 걸어서는 안 된다. 꽃길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 꽃들이 썩어지는 바람에 지저분한 길이 된다. 언제나 열매 맺는 삶을 살아서도 안 된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시간이 있어야 한다. 눈과 비와 바람과 햇살을 맞는 시간을 지내야 열매가 영근다. 그 과정을 건너뛰어서 사시사철 맺히는 열매는 없다. 계절의 변화가 있어야 열매가 맺힌다. 위대한 인생을 살았다는 위인을 생각해 보라. 봄바람이 불어오는 계절만을 보낸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위인을 만든 것은 비바람과 눈보라와 때로는 따뜻하고 뜨거웠던 햇살의 시간이다. 그 시간들을 견뎌냈기에 위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계절의 변화가 위대한 인물을 만들어낸다.




사랑에도 사계절이 있다. 여름처럼 뜨거운 사랑과 겨울처럼 차가운 사랑만 있는 게 아니라 봄 같은 화사한 사랑과 가을 같은 사색의 사랑도 있다. 여름처럼 뜨거운 사랑이 아니라고 실망하지 말라. 봄 같이 화사한 사랑이 아니라고 섭섭해하지 말라. 우리의 사랑이 겨울처럼 차갑다면 머지않아 봄 같은 사랑이 올 것이며 여름처럼 뜨겁다면 가을처럼 고독한 사랑이 곧 올 것이다. 계절의 변화에 당황하지 말라. 내가 좋아하는 계절만 붙들어 맬 수는 없다. 인생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있다. 사람마다 특별히 좋아하는 계절이 있고 싫어하는 계절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계절만 선택해서 살 수는 없다. 지금 좋은 계절을 보내고 있다면 머지않아 안 좋아하는 계절이 다가올 수 있음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이 안 좋아하는 계절이라면 머지않아 좋은 계절이 올 것을 기대하면서 살면 된다.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