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들쭉날쭉 거리며 안정이 안 될 때는 클래식 음악을 들어보는 것도 좋다.
연주곡도 좋은데 오페라 아리아를 들어보는 것도 괜찮다.
여러 악기가 있지만 그래도 최고의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라고 하지 않는가?
처음에는 그냥 배경음악 깔아놓는다고 생각하며 틀어본다.
하지만 사람의 소리는 왠지 끌리는 맛이 있다.
다른 일에 집중이 안 된다.
그러면 그냥 음악이나 제대로 들어보자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아미라 빌리하겐(Amira Willighagen)이라는 네덜란드 꼬마 숙녀의 영상을 골랐다.
예전에 앙드레 류(Anere Rieu)의 <Love in Venice, 2014> 공연에서 깜짝 출연했던 여자아이였다.
그 DVD 영상을 볼 때도 ‘아 저런 놀라운 애도 있구나!’하고 감탄했었는데 오늘 여러 영상들을 찾아보니 참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2013년 10월 네덜란드 오디션 프로그램인 ‘Holland’s Got Talent‘에 출연한 이 꼬마는 사뭇 긴장한 표정이었다.
네덜란드 최대의 축제인 Queen's Day 때 동생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자기는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좋은 노래를 찾기 위해서 유튜브 영상을 부지런히 뒤지다가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 Gianni Schicchi>에 나오는 ‘O Mio Babbino Caro’를 택했다.
여주인공 라우레타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게 해 달라고 아버지께 간청하는 내용의 노래이다.
이 곡은 소프라노 가수들이라면 누구나 부르고 싶은 곡일 것이다.
그 애절함, 간절함, 사랑에 목마른 표정이 압권이다.
누가 뭐래도 이 오페라의 주제곡은 바로 이 아리아일 것이다.
그런데 쉽지 않은 곡이다.
아마 이 꼬마는 이 노래를 택한 후에 유튜브를 보면서 셀 수 없이 연습을 하였을 것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진행자들은 모두 어린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하는 듯했다.
아홉 살 아이가 노래를 부른다면 얼마나 부를까?
그냥 유치원 노래자랑에서 상 받은 정도 아닐까 하는 심정일 것이었다.
하지만 반주가 나오고 첫 소절인 “O Mio Babbino Caro~”가 울려 퍼지자 진행자들도 방청객들도 일어서서 환호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음악의 천재였다!
지금껏 아무에게도 성악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는 아이인데, 유튜브를 보면서 따라 부르기만 한 아이인데 이런 목소리가 나오다니 정말 기적과 같았다.
음악이 끝났을 때 진행자 중의 한 사람이 “나도 너 같은 딸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했다.
나도 솔직히 부러웠다.
제대로 배우지 못해도 선천적으로 저런 재능을 타고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오디션 프로그램 이후 아미라는 계속 음악활동을 이어가는 것 같다.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오케스트라단 그리고 오페라 가수들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아직 스물도 안 된 아이가 음악계에서 이렇게 유명한 인물이 되었다니 놀랍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비교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워낙 어린아이여서 그런가 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저 아이의 탁월한 재능에 감탄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이런 천재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에 감격하기만 하면 된다.
전에는 천재를 따라잡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내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
생각을 바꾸었다.
이런 천재와 역사의 현장을 함께 했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천재 같은 아이가 내 친구라고, 나와 같은 시대에 살았다고 말이다.
천재가 나오는 것도 쉽지 않지만 천재와 같은 시대에 살아간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굉장히 선택받은 사람만 누릴 수 있는 기적이다.
아무나 누릴 수 없는 큰 축복이고 행운이다.
<아미라 빌리하겐(Amira Willighagen) 출연 영상>
<O mio babbino caro>
O mio babbino caro, 아!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mi piace e` bello, bello 난 그를 사랑해요 멋진 사람이죠
vo`andare in Porta Rossa 저는 Porta Rossa로 가서
a comperar l`anello! 반지를 사려해요
Si`, si ci voglio andare! 그래요 그래요,그럴 생각이에요
e se l`amassi indarno, 만약 내가 헛되이 사랑한다면
andrei sul Ponte Vecchio, 베키오 다리로 달려가서
ma per buttarmi in Arno! 아르노강에 몸을 던지겠어요
Mi struggo e mi tormento! 나는 초조하고 고통스러워요
O Dio, vorrei morir! 신이여!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Babbo pie ta Babbo,pieta`,pieta` 아버지, 불쌍히 여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