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슬슬 더워지기 시작한다. 봄철 날씨가 여름철 날씨 같다. 조만간 에어컨을 틀어야 할 것 같다. 지금이야 엘지, 삼성 에어컨이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에어컨의 시초는 캐리어 (Carrier)이다. 1928년에 룸쿨러(Room Cooler)라는 가정용 에어컨을 선보였는데 이후 에어컨은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캐리어 엔지니어링 컴퍼니를 설립한 윌리스 캐리어는 1950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타임지(TIME)는 그를 20세기를 만든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하였으며, 학자들은 에어컨을 20세기에 가장 영향력 있는 발명품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발명품을 만들어낸 캐리어도 불안불안한 시간을 보냈던 때가 있다. 하기는 세상 그 어떤 사람도 불안해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85억의 사람들이 각자 자기 나름의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단지 불안감에 휩쓸려 살아가든지 불안감을 극복하며 살아가든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윌리스 캐리어는 불안감이 몰려올 때 자기 자신에게 3가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수첩에 적어보았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동안에 불안감은 연기처럼 사라졌다고 한다. 자기계발의 대가인 데일 카네기조차 이 3가지의 질문을 ‘마법의 공식’이라고 인정할 정도였다. 캐리어가 소개한 3가지의 질문은 첫째, 지금이 어떤 상황이지 하는 질문이다. 지금의 상황을 있는 정확하게 팩트 체크해 보는 것이다. 둘째,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하는 질문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고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셋째,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뭐지 하는 질문이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으니까 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아보는 것이다. 캐리어는 이 3가지 질문을 머리로 생각하는 것으로만 끝맺지 않았다. 수첩에 자세히 적었다. 그게 중요하다.
나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오늘 이상하리만치 불안감이 몰려왔다. ‘내가 왜 이러지?’ 오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부모님이 편찮으시면 어떻게 되지? 내 몸이 아프면? 언제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장래는 어떻게 될까? 첫째, 팩트 체크를 해 보았다. 부모님이 당장 크게 아픈 것도 아니고 내가 아픈 것도 아니었다. 아이들의 장래 일은 그때 가서 볼 일이다. 둘째,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보았다. 설령 가족 중의 누가 크게 아프게 되면 무척 힘들 것이다. 경제적으로도 힘들고 마음도 힘들고 몸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나와 우리 가족들은 어떻게든지 살아갈 것이다. 셋째,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 보았다. 가만히 앉아서 불안한 생각에 잠기는 것보다 밖에 나가서 걷고 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한 시간 넘게 싸돌아 다니고 왔다.
사람은 살아가는 한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불안하고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불안하다. 지금은 괜찮은데 앞날을 생각하니 약해질 게 뻔하고 형편이 어려워질 게 뻔해 보이니까 불안하다. 다리 밑에 거적때기 덮고 누워 있는 거지도 불안하고 구중궁궐 금침을 베고 누워 있는 임금님도 불안하다. 아이도 불안하고 노인도 불안하다. 불안을 피해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불안에 휩싸여 살 필요는 없다. 불안감이 내 마음을 갉아 먹는 것은 내가 막을 수 있다. 종교개혁가 마틴 루터가 한 말이 떠오른다. “새가 내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이야 막을 수 없지만 새가 내 머리에 둥지를 트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캐리어의 질문 3가지를 생각해 보면, 그 3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수첩에 적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에서 불안감이 쏘옥 빠져나간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불안감, 그까짓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