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럴 줄 알았지!’라는 말 좀 그만하자

by 박은석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

이 말 때문에 학교 다닐 적에는 모범생이 되려고 했고 착한 아이로 인정받으려고 했다.

성공한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다는 말을 많이도 들었다.

위인전을 읽어보면 대체적으로 그렇다.

어렸을 때 말썽꾸러기였다느니 공부를 못했다느니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태어날 때부터 용모가 달랐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 아이가 있을까?

어른이 되어 딸 아들 낳고 보니 갓 태어난 아기는 쭈글쭈글한 무슨 외계인 같아 보였다.

젖 먹고 커가면서 사람다워졌지만 처음에는 너무나 생경했다.


둘째아이가 글을 배울 때는 천재인 줄 알았다.

선생님을 붙여주지도 않았는데 엄마가 그림책 몇 번 읽어주니까 어느 날 자기 혼자서 소리 내어 읽고 있었다.

그때는 그렇게 천재 같았던 녀석이 지금은 평범한 사춘기 아이가 되어 있다.




떡잎을 보면 큰 나무가 될지 작은 나무가 될지 알 수 있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전혀 알 수가 없다.

단지 그 떡잎에서 줄기가 자라고 가지를 뻗어가고 잎이 무성하고 꽃이 피고 지며 열매를 맺는 모습을 보니까 예전에 떡잎이었을 때가 생각이 난 것이다.

그때 우리는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이 나무는 떡잎 때부터 이렇게 큰 나무가 될 줄 내가 알았다니까!”라며 큰소리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우리 주위에서 거의 매일 들린다.

“그 사람은 성공할 줄 내가 진작부터 알았다니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역시 실패할 줄 알았어.”

“내가 뭐랬어. 그렇게 된다고 했잖아?”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이다.

이런 말의 밑바탕에는 ‘그러니까 내 말 잘 들어야 해!’라는 강한 힘이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너무 웃긴다.

그렇게 잘 아시는 분이 왜 자신의 인생은 그렇게 배배 꼬이도록 놔두신 것일까?

성공할 종목을 아셨다면 그 종목에 투자를 하셨어야지 본인은 쫄딱 망했을까?

다른 사람이 좀 안 된 것을 보면 왜 자기 말을 안 들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단정 짓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에게 ‘사후확증편향(Hindsight Bias)’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의 결과를 알고 나면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될 것을 알았다고 착각하것이다.

사실은 성공과 실패에 대한 예측이 반반이었는데 결과가 나오는 순간 마치 자신이 100%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우기는 꼴이다.

괜히 자신을 대단한 존재라고 믿고 싶은 것뿐이다.

이런 사람 옆에 가면 피곤해진다.

사사건건 “내 말을 들어야 한다.”며 참견한다.




“내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 대신에 “그렇게 될 줄 나도 몰랐어!”라고 말을 해보면 어떨까?

그러면 일단 듣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진다.

상대방도 나처럼 실수할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으니까 내가 무능하고 무지한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는 일이라면 과감히 내가 먼저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 수 있다.


반면에 “내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을 계속 들으면 그 앞에서는 창의적인 생각도 모험적인 도전의식도 사라져 버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럼 당신이 직접 해 보세요.”라고 반박하고 싶어진다.


알긴 뭘 알겠는가?

얼마나 알겠는가?

몰랐다.

솔직히 몰랐다고 고백하는 것이 낫다.


인류의 문명은 우리가 몰랐기 때문에 발달한 것이다.

이렇게 해도 문제가 되고 저렇게 해도 문제가 생길 텐데 그 사실을 미리 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몰랐으니까 일을 저지르며 사고를 치고 몰랐으니까 용감하게 전진한 것이다.

때로는 모르는 게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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