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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쓴다
가볍게 해야 잘 살 수 있다
by
박은석
Dec 11. 2020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던 나라는 대영제국이다.
산업혁명의 혜택으로 강력한 나라를 이룬 영국은 한때 세계 육지 면적의 4분의 1 이상을 지배하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우리의 뇌리에는 영국보다 더 무시무시했다고 여겨지는 제국이 있었다.
바로 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이다.
정복한 땅의 면적으로만 따지면 대영제국에 조금 못 미치지만 몽골은 아시아의 동쪽 끝에서 발원하여 불과 20년 만에 서쪽으로는 유럽의 아드리아 해변까지, 북쪽으로는 러시아 땅까지, 북반구의 거의 모든 육지를 정복한 거대한 제국을 이루었다.
반면에 영국은 대항해 시대 이후에 발견된 아메리카 신대륙과 호주 등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제국이었다.
그러니 단순하게 땅의 면적만 가지고 몽골과 대영제국을 비교할 수는 없다.
몽골이 정복지에 끼친 영향력을 말한다면 가히 세상을 송두리째 바꾸었다고 할 수 있다.
몽골의 군대는 정복한 농토와 삼림을 불태워 그곳에 풀씨를 뿌려 목초지로 만들어버렸다.
우리나라 제주도를 가보면 한라산의 삼림이 갑자기 끊기고 목장지대가 나타나는데 바로 몽골이 그렇게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제주도 여행 중에 말을 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몽골 군대는 말 달리는 속도로 세계를 정복해 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몽골에 대항했던 나라들은 여지없이 함락되었고 몽골의 말발굽 아래서 수 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몽골 군대와 맞닥뜨리면 일찌감치 항복을 해야 했다.
북경에서처럼 견고한 성을 믿고 저항했다가는 온 도시가 죽음의 도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몽골은 무시무시한 제국이었다.
몽골군대의 힘은 말을 다루는 그들의 기마술에서 나왔다.
당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기마병들이 긴 창을 들고 말에 올라 상대방을 찌르는 전술을 택했다.
그랬기 때문에 적군의 창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쇠로 만든 튼튼한 갑옷을 입었다.
적군이 말을 공격해서 그 위에 있는 군사를 낙마시킬 수도 있었기 때문에 말에게도 갑옷을 입혔다.
유럽 기마병의 갑옷 무게만도 최소 50Kg이 넘었다고 하니 그 군사를 태우고 가는 말은 무척 힘에 겨웠을 것이다.
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등 위에 100Kg의 짐을 올려놓고 달리는 격이었다.
반면에 몽골의 기마병들은 가죽옷을 입었고 군장도 단순하였다.
그들은 마치 말과 한 몸이 된 것처럼 착 달라붙어서 달렸다.
말의 입장에서는 등 위에 사람이 있는지 느끼지도 못할 만큼 몸이 가벼웠다.
한 번 전투가 벌어지면 하루 종일 이어지기도 했다.
어지간한 체력으로는 견딜 수가 없었다.
당연히 몽골군대의 말보다 적군의 말이 먼저 지쳐 쓰러졌다.
또한 무거운 갑옷을 입은 군사들도 순발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뒤뚱거리며 헉헉댈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어디에서나 뻔했다.
몽골 군대의 압승이었다.
아무리 전략과 전술이 뛰어나고 병력이 많아도 짐이 무거우면 이길 수가 없다.
그 사실을 알기에 오늘날에도 군인들의 짐은 최소한의 군장으로 최대한 가볍게 꾸린다.
등산이나 배낭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짐도 가볍다.
짐이 가벼워야 오래 가고 멀리 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 짐을 무겁게 한다.
꼭 필요치도 않은데 ‘그래도 한번 쓰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집어넣는다.
그런 짐이 한가득이어서 나중에는 더 큰 가방으로
바꾸기도 한다.
기왕이면 더 많은 것, 더 큰 것으로 채우려고 한다.
다 짊어지고 갈 수도 없는데 우리의 욕심은 끝이 없다.
여행이 끝나면 한번 써보지도 못한 것이 배낭 속에서 줄줄이 나온다.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가는 것들도 있다.
일찌감치 버렸어야 했는데 버리지 못해서 지금까지
짊어지고 온 짐이 되어버린 것이다.
늘 느끼지만 참 어리석다.
<토지>의 작가 故 박경리 선생은 짐을 무겁게 하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는 유고시집을 남기셨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그렇다.
홀가분해지려면 무거운 짐들을 버리고 가볍게 해야 한다.
가벼워야 멀리 날아가고 가벼워야 잘 뛰고 가벼워야 물에서도 잘 뜬다.
이것저것 많이 갖는 것이 잘 사는 것이 아니다.
아무 짝에도 쓰지 못하는 것들로 짐을 무겁게 하지 말아야 한다.
잘 버려야 숨통이 트이고 여유도 생긴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야 오래도록 잘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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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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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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