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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Dec 14. 2020

우리 인간은 이젠 또 뭘 망가뜨릴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팬데믹으로 인해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나 같은 문외한도 바이러스에 관심을 가질 정도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는 대략 이렇다.


원래 바이러스는 숲속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다.

웬만해서는 건드릴 수 없는 깊은 동굴 속에 말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 종족이 좀 더 편안하게 살아보려고 자연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다 보니 바이러스가 숨어 있는 곳까지 침범하게 되었다.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자신의 서식지가 공격당하는 판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자기가 들어가 살기에 딱 좋은 환경을 가진 숙주를 만난 것이다.

그 숙주가 바로 인간이다.

그래서 이때다 싶어서 인간 종족에게 달라붙었다.

바이러스는 75억 명이라는 어마어마하게 광활한 인간이란 신대륙을 얻어 자식을 낳고 잘도 살고 있는 것이다.




애당초 인간이 숲을 파헤치지 않았으면 코로나와 같은 바이러스를 만날 확률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왜 그랬을까?

나름대로 잘 살아보려고 했기 때문이다.

왜 우리도 1970년대에는 아침 6시면 동사무소에서 확성기를 통해서 “잘 살아보세” 노래를 틀어주었지 않은가?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치 조금 불편하게 살고, 없이 살면 굉장히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려고 숲을 개간하고 산도 밀어버리면서 바이러스가 있는 곳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간 것이다.


사실 서로 사이좋게 나눠먹고 살면 되는데 인간 종족은 그렇게 하지를 못한다.

내 배가 부르고 창고가 차고 넘치더라도 남에게 주기는 싫은 심보를 가지고 있다.

내가 많이 가지면 상대적으로 너는 가질 게 없다.

가질 게 없는 너는 아무도 없는 숲으로 들어간다.




<총균쇠>를 써서 전 세계적인 이목을 받은 제래드 다이아몬드는 원래 조류학자이다.

그런데 새들을 관찰하다 보니 사라진 인간 종족들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도대체 인류문명을 이끌어온 것이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총균쇠>를 썼다.

그다음에는 위대한 문명사회가 어쩌다가 역사 속에서 사라져버렸는지 그 이유를 제시하는 <문명의 붕괴>를 썼다.


하여간 그는 역사를 아주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인류 문명을 멸망시킨 원인을 12가지로 제시했다.

①삼림 파괴와 서식지 파괴, ②토양 악화, ③물 관리 잘못, ④지나친 사냥, ⑤과도한 고기잡이, ⑥외래종에 의한 토착종의 멸절, ⑦인구 폭발, ⑧전쟁과 같은 사람의 영향, ⑨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 ⑩유해 화학물질, ⑪에너지 부족, ⑫환경 역량을 극대화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원인이다.




⑧번의 원인까지는 이미 과거에 우리 인류가 셀 수 없이 많이 경험했다.

그런데 ⑨번째부터 ⑫번째까지는 지금부터 앞으로 우리 인간 종족이 저지르고 겪게 될 일이다.

그는 어쩌면 인간은 또 한 번의 대재앙을 야기할 것이라고 예언 아닌 예언을 하고 있다.

덜컥 위기감이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간 종족이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당장은 괜찮아 보인다.

숲에 나무가 많아서 몇 그루 베어내도 티도 안 날 것 같다.

한반도는 70% 이상이 산지이기에 백두대간의 산 몇 개 없애도 별로 문제 될 것 없다는 식이다.

그런데 나무 한 그루를 베고 나면 두 그루도 베게 되고 세 그루도 베게 된다.

나중에는 산에 있는 마지막 나무마저 베어버린다.

과연 마지막 나무를 베는 사람은 무슨 마음으로 벨까? 특별한 마음이 없을 것이다.

나무가 보이니까 베는 것이다.

그 이후는 대재앙이 우리를 반긴다.

불안하다.

우리 인간 종족은 이제 또 무엇을 망가뜨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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