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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Dec 18. 2020

내가 인생공부를 하는 방법


나는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난다.

그 대상도 천태만상이다.

남녀노소 다양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만난다.

그중에는 대기업의 임원들이나 중소기업의 대표들처럼 범상치 않은 분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으로 매우 약한 사람들도 만난다.

꿈 많은 청춘들도 만나지만 삶의 막바지에 다다른 사람들도 만난다.


그래서 그날에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내 마음다짐과 얼굴 표정이 달라진다.

잔칫집에 갔는데 초상집에 온 것 같은 표정을 보일 수는 없다.

나의 환경이야 어떻든지 간에 상대방의 상황에 맞춰줄 수밖에 없다.

그게 내가 살아가는 삶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도 돌잔치에서 들었다.

티를 낼 수가 없었다.

마음은 무너지고 있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전화인 척 받았다.




나는 사람들을 돕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 자신이 더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내 손을 잡고 일어설 수가 있다.

강해지려면 다양한 인생살이를 겪어봐야만 한다.

산꼭대기에도 올라보고 동굴 깊숙한 곳에도 내려가 봐야 한다.

그런데 내가 삶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인생은 내 인생 하나밖에 없다.

더 많이 경험해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없다.

인생은 한 번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첫째로 소설을 읽는 것이고 둘째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소설은 어디엔가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다.

오늘도 누군가의 소개로 김이설이란 작가를 알게 되었다.

소설 두 권을 읽으며 두 명의 인생을 보았다.




소설보다 더 직접적으로 인생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특별히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즐겨 듣는다.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닿는다면 툭 질문을 던진다.

“한국전쟁 때 어떻게 피난 오셨어요?”

“60-70년대에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그러면 그분들은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신다.

학교에서도, 책에서도 배우지 못한 것들을 알게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경험을 얻게 되는 순간이다.


정현종 시인은 <방문객>이라는 시에서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라고 노래했다.

사람 한 명을 만나는 것은 인생 하나를 얻는 것이다.




인생공부를 많이 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환경이 변한다고 해서 마음이 들쑥날쑥하지 않고 어느 정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세상이 난리를 친다고 하더라도 아직 하늘이 무너지지 않았으니 놀라지 말라는 식이다.

그런가 하면 아무리 기쁜 일을 맞이하더라도 너무 티 내지 않게 된다.

옆에 있는 사람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병문안을 갔을 때 잔뜩 수심에 찬 얼굴빛으로 걱정을 하는 말만 하고 나오는 사람과 밝은 톤으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오는 사람 중에 택하라고 하면 나는 두 번째 사람을 택할 것이다.

병실에서도 웃음소리가 들리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병실에 갇힌 환자라고 해서 우울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딱 한 번 살아가는 인생인데 기왕이면 즐겁게 지내도록 도와주고 싶다.

이것이 나의 인생공부 방법이며 내가 인생공부를 통해서 얻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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