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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의 결정체이다
by
박은석
Mar 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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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의 한 대학교에서 사랑하는 연인이 프러포즈를 하고 서로 껴안았다는 이유로 퇴학당하였다.
학교의 품위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다.
이름 끝에 ‘탄’ 자가 붙은 나라들은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들인데 강력한 종교법이 삶을 지배한다.
그들의 종교법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남녀 간의 사랑 표현을 금한다.
그런데 청춘 남녀가 대학 교정에서 애정 행각을 한 것이다.
학교 측에서는 징계위원회를 열어 두 학생에게 퇴학이라는 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두 학생이 무슨 세균 덩어리라도 되는 듯이 학교 안으로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였다.
그 대학 총장은 그렇게 외쳤을 것이다.
“우리 대학의 명예를 위하여!” 그렇게 하면 대학의 명예가 지켜지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두 학생 때문에 지금껏 들어본 적도 없었던 라호르대학교가 전 세계에 이름이 알려졌고 내 귀에까지 들려졌으니 학교 측에서는 두 학생에게 크게 사례를 해야 할 것이다.
참 이해가 안 되는 게 모든 종교는 사랑을 외치는데 왜 사랑을 표현했다고 벌을 줄까?
비단 파키스탄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기독교에서도, 불교에서도, 유교에서도 사랑을 외치지만 사랑은 숨어서 하는 것이고 드러내면 풍기를 문란하게 했다는 이유로 가혹하게 대했던 역사들이 있다.
사랑이 없으면 인류가 존재할 수도 없는데, 인류가 존재하지 못하면 종교도 없는데, 그걸 몰라서 그럴까?
아니면 알면서도 그럴까?
사랑 없이 어떻게 살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사랑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오펜바흐라는 작곡가는 그 사실을 <호프만 이야기>라는 오페라 음악으로 표현하였다.
오페라의 주인공 호프만은 살아오면서 3명의 여인을 사귀었는데 다 비극적으로 끝났다.
연인이 죽기도 하였고 떠나가 버리기도 하였다.
사랑에 목마른 호프만은 이제 네 번째 여인을 사귈까 고민하다가 다시 상처를 받을까 봐서 포기해 버린다.
호프만의 사랑 중에서도 가장 독특했던 것은 첫 번째 여인인 올림피아와의 사랑이었다.
사실 올림피아는 실제 사람이 아니라 놀랍게도 스팔란차니라는 과학자가 만든 여자 인형이었다.
그러나 분명히 인형인데 마법의 안경을 끼면 이 올림피아가 움직이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호프만은 거금을 들여 마법의 안경을 구입하고 올림피아와 함께 춤을 추며 사랑을 불태운다.
하지만 호프만이 아무리 달콤한 사랑의 고백을 하여도 올림피아는 항상 똑같은 대답만 반복할 뿐이다.
그것도 아무 감정이 없는 무뚝뚝한 기계음만 낸다.
그것은 사랑인 듯 하지만 사랑이 아니다.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올림피아 인형은 망가지고 부서진다.
호프만의 울부짖음을 보면서 ‘오죽 못났으면 인형을 사랑하겠는가?’라며 비웃을 수도 있을 테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그렇게라도 누구에게서라도 사랑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호프만은 사랑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우리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얼마나 사랑하고 싶었으면 사랑에 실패했다고 해서 인생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는가?
그러나 실제로 그렇다.
우리는 사랑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
우리는 사랑으로 뭉쳐진 사랑의 결정체이다.
우리는 모두 사랑의 마음, 사랑의 약속, 사랑의 결심, 사랑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이 세상에 태어났다.
그리고 계속해서 사랑을 먹고 사랑을 입으며 사랑 안에서 살아간다.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 먹어야 하는 것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음식이고 또 하나는 사랑이다.
그러니까 사랑은 우리에게 필수 불가결한 영양분이고 우리 몸과 마음의 주성분이다.
음식을 못 먹으면 죽는 것처럼 사랑을 먹지 못해도 죽는다.
살아가려면 반드시 사랑해야 한다.
이 세상에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 한 사람만 있다고 해도 산다지 않는가?
사람을 살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이 사람을 살게 한다.
++ 앙드레 류의 공연 중 <호프만이야기>의 '인형의 노래' 링크합니다.
즐거운 감상하세요.
https://youtu.be/ghnBpVbkS7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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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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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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