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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pr 05. 2021

아들이 또 아이폰을 깼다


아들의 아이폰이 방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맨날 저렇게 아무렇게나 놓여 있다.

그동안 많이 흠집이 났을 것 같아 들어봤더니 역시나 각 모서리에 상처가 가득이다.

‘그런데...’ 내 눈을 의심했다.

액정에 구멍이 생기고 유리가 쫘악 갈라져 있었다.

순간 혈압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아들을 부르면서 아이폰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아내가 잽싸게 중간에 끼어들었다.

얼마 전 공원에서 운동할 때 떨어뜨렸는데 그때 깨진 거라고.

아빠에게 안 들키려고 얘기 안 한 거라고.


역시 그때였다.

농구공을 가지고 나갔는데 운동하다가 핸드폰 보고 하더니만 땅에 한 번 떨어뜨렸다.

혹시나 했다.

한 소리 하려고 했는데 참았다.

도대체 손에 기름칠을 한 것인지 왜 저렇게 많이 떨어뜨릴까 싶었다.

1년 반쯤 되었을까?

초딩에게 아이폰 사주는 부모 별로 없다며 큰소리 떵떵 치며 매장을 나섰다.

아이의 얼굴은 마냥 흐뭇해 보였다.



     

학원 끝나서 친구와 놀다가 집에 오는 길에 핸드폰이 사라졌다고 했다.

아들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며 살펴봤지만 없었다.

다시는 안 사준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어디 그럴 수 있나?

요즘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핸드폰이 따라가는데 말이다.

그래서 아들을 앞세우고 매장에 가서 초딩에게 맞는 핸드폰을 달라고 하였다.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나요?”

몇 번을 물어보다가 결국 유행이 조금 지난 아이폰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도 아이폰이라서 그런지 기뻐하는 얼굴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랬던 아이폰인데 벌써 대수술을 한 번 받았고 이제 다시 만신창이가 된 것이다.

손가락으로 화면을 쓸어보니 강화유리가 깨져서 까칠하였다.

‘액정이 깨졌으면 조만간에 화면이 먹통이 될 텐데, 금이 간 유리는 곧 여러 갈래로 금이 갈 텐데...’

생각이 복잡했다.

수리하려면 꽤 금액이 나갈 것이다.

중고 휴대폰을 검색했더니 수리비와 맞먹었다.




나는 그렇게 고민고민을 하고 는데 아들은 태연하다.

친구들 중에는 핸드폰이 걸레처럼 너덜너덜해도 그냥 쓰는 애들 많다며 이 정도는 괜찮다고 한다.

쓰는 데 전혀 문제없다며 수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다.

참 성격 좋고 부럽다.

‘만약 내가 아들이었다면 저런 말을 아빠에게 할 수 있었을까?’ 절대 말 못 했을 것이다.

무섭고 미안하고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을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나는 조심조심 사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들을 보면 미안해하는 구석은 조금도 없다.

자기가 일부러 그랬냐는 듯이 당당하다.


전에도 그랬다.

분명히 주머니에 집어넣고 왔는데 집에 왔더니 없어져 있다는 것이다.

자기가 잘못한 게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그렇다.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싶어서 떨어뜨렸냐고, 어쩌다가 떨어진 것이고 하필 바닥에 떨어지면서 유리가 금이 가고 깨진 것 아니냐는 표정이다.

하긴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러나저러나 이제 공은 나에게로 넘어왔다.

수리를 하자니 비용이 너무 아깝고 똑같은 기종으로 중고폰을 사주자니 한창 유행에 뒤떨어진 핸드폰이 되어서 그것도 마뜩잖다.

아직 약정기간이 꽤 남아 있어서 이대로 계속 사용할 수는 없을 텐데 고민이다.

좋은 방법이 있기는 하다.

내 핸드폰을 새로 바꾸는 거다.

그리고 내 폰을 아들에게 주는 거다.

물론 조금 있으면 새로운 핸드폰은 아들에게 가고 나는 다시 지금 것으로 돌아오겠지만 말이다.

핸드폰 바꾼 지 3년이 넘었으니 바꿀 만도 하다.

그런데 그러면 가계의 통신비 지출이 대폭 늘어난다.

언젠가 바꿔야 하겠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거다.


이렇게 저렇게 머리를 굴리는데 퍼뜩

‘혹시 저 녀석이 중학생 된 기념으로 핸드폰 바꿔달라는 무언의 시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럴 수도 있다.

아들은 항상 아빠보다 고단수이다.

아들 이기는 아빠가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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