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했던 커피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던 김이 다 사라지고 온기가 다 빠져나갈 즈음이면 우리의 이야기는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 대한 걱정으로 메워진다.
그런데 미래를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이들은 ‘만약 내가 어른이 되면...’이라는 희망적인 생각이 가득한데 내 나이쯤 되면 앞날이 캄캄해진다.
기대감은커녕 암울한 생각만 떠오른다.
환경은 피폐해질 테고 온갖 전염병과 싸워야 하고, 일자리도 없어지고, 사람들 사이에 갈등도 심해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도 저렇게 생각해도 80억의 인구가 살아가는 이 지구가 불안하다.
과학기술의 엄청난 발전으로 지난 20세기에는 희망적인 생각이 있었다.
질병을 정복하고 가난과 기아를 해결하고 인류 평등의 가치관을 심어주면서 더 나은 세상을 꿈꾸었다.
그러나 인류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오히려 옛날이 더 좋았던 것 같다.
‘먹을 것이 없어 조금 굶주리더라도, 입을 옷이 부족해서 추위에 떨었을지라도, 항생제가 없어서 자주 아팠더라도 그때는 정이 있고 사랑이 있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착각이다.
예전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불안했고, 입을 것이 없어서 고통스러웠고, 항생제가 없어서 사소한 질병에도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정과 사랑이 있었던 것 같지만 살기 위해서 남을 짓밟고 몰아세웠다.
치열하고 무시무시한 세상이었다.
모양만 다를 뿐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때도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말들을 했다.
세상 말세라고 했다.
미래의 희망 같은 말은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오히려 인간은 살면 살수록 세상을 더 파괴하고 말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같은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다른 생각을 품은 사람들도 있었다.
120년 전 암울한 사회 속에서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그랬다.
“어느 비좁은 장소에 모여 사는 수십만에 달하는 인간들은 불만스러운 그 땅을 어떻게든 흉물스럽게 바꾸려 애쓰고, 그곳에 아무것도 자라지 못하도록 포석을 깔기도 하고, 틈새를 비집고 자라나는 풀을 깨끗이 제거하기도 하고, 석탄과 석유로 그을리기도 하고, 나무를 베어 버리고 또 짐승들과 새들을 모두 내쫓아버리기도 하지만, 도시에서도 봄은 역시 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