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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by 박은석


오늘도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하루를 보낸다.

어렸을 적에 친구들과 두 편으로 나뉘어 총싸움을 하며 놀았는데 그 놀이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 같다.

매스컴은 연일 편을 나누어 자신들이 지지하는 편을 내세운다.

반대쪽 이야기는 아무리 좋은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한 줄 싣지도 않고 철저히 무시한다.

꼭 이야기해야 한다면 운이 좋았다는 둥, 별로 대단한 일도 아니었다는 둥 최대한 점수를 깎아내리려고 한다.

상대방이 잘되는 꼴을 보지 못한다.

이렇게 가다가는 곧 망할 것이라고 불안감을 조성하면서 당신은 어느 편이냐고 묻는다.


자신과 뜻을 같이해야 정의가 실현되고, 경제가 발전하며, 외교와 국방이 탄탄해질 것이라고 한다.

자신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 자는 모두 적이며 그 적들이 세상을 혼란스럽게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살아갈 길은 오직 하나, 적들을 섬멸해야 한다고 외친다.




미국의 경제학자 레스터 써로(Lester C. Thurow)는 승자의 득점은 언제나 패자가 실점한 만큼 가져간다는 제로 섬(Zero Sum) 게임을 선보였다.

피자 8조각 중에서 내가 6조각을 가져가면 다른 사람은 2조각만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의 규칙이 내가 많이 가져가는 것이라면 승자와 패자 사이에는 사느냐 죽느냐의 생존경쟁이 된다.


이 제로 섬 게임은 한쪽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지속되는 살벌한 전쟁이다.

동네 슈퍼마켓 사이에서도 그렇고, 기업과 기업 간에도 그렇고, 국가와 국가 사이에도 그렇다.

인간미는 하나도 남아나지 않는 살벌한 전장만이 펼쳐질 뿐이다.

설령 이 전쟁에서 승자가 되어 모든 것을 독식하게 되었다고 해도 그 승리를 축하하며 박수를 쳐 줄 사람이 없다.

벌써 일찌감치 전쟁에서 패배하여 사라졌기 때문이다.

거대한 땅에 혼자만의 제국을 이루어가는 외로운 황제가 되는 것이다.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그리고 중국에서 사막은 포식자처럼 해마다 그 넓이를 더해가고 있다.

온갖 초목을 집어삼키며 제로 섬 게임에서 계속 승리를 거머쥐고 있다.

사막을 막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공 사례가 없다.

그런데 그 넓은 사막의 땅에는 생명체들이 찾아가지 않는다.

사막이 넓어질수록 생명체들은 더 많이 떠나간다.

사막은 승리했지만 고요함 속에 홀로 잠들어 있다.

혼자서 다 차지했더니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

내가 많이 차지하려면 남들과 전쟁을 벌여야 하고 내가 승리하면 상대는 패배한다.

나는 살아남지만 상대는 사라지고 언젠가는 철저히 나 혼자만의 세상만 남게 된다.

경북 봉화의 농사꾼인 전우익 선생은 투박한 책 한 권을 던지며 사막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끔하게 한마디 한다.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사막처럼 살지 않고 숲처럼 살 수는 없을까?

뿌리와 뿌리가 얽히고 가지와 가지가 맞닿은 채로 어깨동무하듯이 그렇게 어우러지면서 살 수는 없을까?

내가 카페를 차렸는데 옆에 또 카페가 들어선다면 이웃사촌이 오셔서 반갑다고 서로 축하해주면 어떨까?

그렇게 카페가 하나, 둘, 셋 들어서면 그곳이 카페거리가 되는 것 아닌가?

왜 남의 장사 방해하냐며 원성을 높이고 싸우는 곳이라면 나부터 발걸음을 돌리게 된다.


피자 8조각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남들보다 몇 조각 더 먹는 게 아니다.

8조각을 혼자 다 먹었더라도 조금 지나면 다시 배가 고프게 되어 있다.

많이 먹었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맛있게 먹는 것도 아니다.

피자 8조각을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함께 있는 사람들과 사이좋게 나눠 먹는 것이다.

함께여서 즐겁고 함께여서 더 맛있다.

적게 먹어도 배가 부른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함께 먹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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