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오르려면 날개를 쳐야 한다

by 박은석


새들이 날갯짓을 하면서 하늘을 날아가는 모습이 부러웠다.

나도 하늘을 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가고 싶은 곳에 맘대로 갈 수 있을 텐데 하는 심정이 들었다.

날지 못하고 땅에서 모이를 쪼아 먹는 닭들도 푸드덕 날갯짓을 하더니 단박에 높은 데까지 날아올랐다.

닭들이 저 정도이면 나도 날갯짓을 열심히 하면 잠시 동안이라도 공중에 떠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슈퍼맨처럼 망토를 걸치면 더 좋을 것 같아 어머니가 모아놓은 보자기를 목에 묶고 담장 위에 올라가서 두 손을 펴고 열심히 푸덕거렸다.

1초, 꽝!

날갯짓과 동시에 땅에 떨어졌다.

날갯짓이 부족해서 그랬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다음에는 더 열심히 날갯짓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뛰어내리는 동시에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도대체 얼마만큼 날갯짓을 해야 하늘을 날 수 있을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라이트 형제도 이런 고민을 엄청 했을 것이다.




새들이 하늘을 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 같다.

그 하나는 날갯짓 한 번 하고 공기의 저항을 이용해서 활강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열심히 날갯짓을 해서 공중에 뜨는 것이다.

땅에 떨어지기 전에 날갯짓을 해서 공중으로 몸을 띄우는 것이다.

날갯짓을 많이 하면 한 자리에 가만히 떠 있는 ‘정지비행’도 가능하다.

벌이 꽃을 떠나지 않고 그 위에서 가만히 날고 있는 모습이 정지비행이다.

그런데 정지비행을 하려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갯짓을 해야 한다.


실제로 벌이 정지비행을 할 때를 살펴보면 몸은 가만히 있지만 날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움직인다.

움직임이 빠르면 빠를수록 에너지가 더 많이 소요된다.

에너지는 무게 곱하기 속도의 제곱(E=mc2)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독수리처럼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새들은 날갯짓을 많이 해야 하는 정지비행을 못한다.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비되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날갯짓을 가장 많이 하는 새는 ‘벌새’이다.

우리나라에는 서식하지 않지만 전 세계 여러 대륙에서 320여 종이 살고 있다.

작은 종은 크기가 5Cm에 몸무게가 1.8g 정도이다.

아무리 커봤자 한 뼘 크기밖에 안 된다.

생긴 것도 그렇고 행동도 벌과 같아서 ‘벌새’라고 이름 붙여졌다.
벌새는 꽃에서 꿀을 빨아먹고 산다.
벌처럼 꽃 위에서 정지비행을 한다.


그 정지비행을 하기 위해서 날갯짓을 몇 번이나 하는지 학자들이 살펴보았더니 1초에 많게는 90번까지 날개를 치는 것을 확인했다.

10분도 아니고 1분도 아니고 단 1초에 날갯짓 90번이다.

그래서 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담벼락에 올라 뛰면서 날갯짓을 했는데 날지 못했던 이유는 날갯짓의 횟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다.

90번을 해야 하는데 고작 서너 번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날갯짓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다.

쉬워 보여도 무척 힘든 일이 날갯짓이다.




벌새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단 1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1초만 게을러도 땅으로 떨어진다.

그 1초에 엄청 많은 에너지를 쏟고 정성을 기울인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새가 세상에서 제일 부지런히 날개를 친다.

이 모습을 살펴본 천양희 시인은 벌새에게 삶의 자세를 배우려고 했다.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


파도는

하루에 70만 번이나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내 몸을 쳐서

시를 쓰나”


(<벌새가 사는 법> 전문)

시인은 시를 쓰기 위해서 부지런히 자신을 쳐야 한다고 했다.

시인만 그럴까?

우리도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부지런히 자신을 쳐야 한다.

날개 치기를 멈추지 않는 벌새처럼 단 한순간도 자신을 치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날아오르려면 날개를 쳐야 한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날개는 치지 않고 다른 사람만 치고 다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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