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성취가 전부는 아니다

by 박은석


그리스 키프로스의 피그말리온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무척 숭배하였다.

아프로디테를 닮은 여성을 만나 결혼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여성을 찾을 수가 없었다.

피그말리온이 만나 본 여성들은 모두 이런저런 면에서 부족한 점들이 있었다.

피그말리온은 점점 여성을 만나기를 꺼려했고 여성에 대한 기피증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가장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만들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아프로디테를 모델로 삼아 상아로 여성의 조각상을 하나 만들었다.

우윳빛 피부에 실제 사람의 키만큼 만든 그 조각상은 누가 보더라도 완벽한 여성처럼 보였다.

조각상이 완성되었을 때 피그말리온은 그 아름다움에 감격하였고 마치 실제 여성인 것처럼 그 조각상을 대하였다.

조각상에게 갈라테이아라는 이름도 붙여주고 옷을 입히고 입을 맞추었으며 심지어 껴안고 잠을 자기까지 하였다.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가 실제로 사람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틈이 나는 대로 신전에 가서 간절하게 기도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프로디테 여신은 피그말리온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어느 날 집에 돌아온 피그말리온은 평상시대로 조각상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딱딱했던 조각상의 팔이 말랑말랑하게 변해 있었다.

조각상의 얼굴을 보니 조각상도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갈라테이아가 진짜로 사람이 된 것이다!

피그말리온은 너무나 기뻐서 갈라테이아에게 입을 맞추고 그를 아내로 맞이하였다.

피그말리온은 오래도록 행복하였다.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는 <변신이야기>에서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피그말리온의 이야기를 기록해 놓았다.

피그말리온처럼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원한다.

‘피그말리온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피그말리온 효과를 실제로 삶에 적용해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누군가에게 간절히 기대하고 바라면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경험을 하였다.

이미 심리학적인 실험으로도 증명되었다.

공부와 담을 쌓은 것 같은 아이에게 “너는 위대한 사람이 될 거야.”라는 말을 계속하였더니 그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 공부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는 식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가능하면

“괜찮아, 잘했어.”

“넌 잘 할 수 있어.”

“다음에는 더 나을 거야.”

라는 긍정적인 말을 계속해주라고 한다.

이런 말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도 자신감을 가지고 삶을 살아갈 확률이 높다.


반면에 어려서부터

“이게 뭐니?”

“ 뭘 한 거야?”

“넌 도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니?”

라는 말을 들으면서 자란 사람은 주눅 든 삶을 살아가기가 쉽다.

간절히 바라던 소원을 실제로 이룬 경험이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간절히 바라던 소원이 이루어졌다고 해서 그게 전부는 아니다.

조각상이 실제로 예쁜 아가씨가 되어 피그말리온과 결혼했다고 해서 피그말리온의 인생이 기쁨과 행복으로만 점철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어쩌면 소원 성취가 더 큰 괴로움을 가져다줄 수도 있다.

갈라테이아가 아프면, 예쁜 목소리가 변하여 악다구니가 쏟아져 나온다면, 흰머리가 나고 피부가 쭈글쭈글해지면서 늙어간다면,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피그말리온의 심정은 어떨까? 간절히 바라면 꿈은 이루어질 수 있다.


소원은 성취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소원은 단지 등산길에 놓여 있는 하나의 계단과 같다.

어떤 계단은 잘 밟을 수 있지만 어떤 계단은 밟으면 부서진다.

하지만 계단을 제대로 밟든 못 밟든 간에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소원을 이루든 못 이루든 우리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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