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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l 14. 2021

껍질을 벗으며 계속 성장해야 한다


날이 더워지는 계절이면 파란 바다가 그립다.

짭조름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파도소리에 답답한 속내를 다 날려버리고 싶다.

싱싱한 회 한 접시와 얼큰한 매운탕으로 한 냄비면 왕의 식탁이 부럽지 않다.

나는 말캉말캉한 생선은 좋은데 갯가재처럼 껍질이 있는 것들에는 손이 잘 안 간다.

껍질을 벗겨내기가 귀찮기 때문이다.


껍질이 딱딱한 이유는 그것들도 자신들이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었을 것이다.

몸집도 크지 않고 치명적인 무기도 없는 갯가재 같은 것들은 잘 숨는 것이 잘 살아가는 방법이다.

천적들이 다가와서 잡아먹으려고 했다가도 두꺼운 껍질 때문에 포기한다.

그것들은 껍질 안에 있을 때가 가장 안전하다.

그런데 조금씩 갯가재의 몸집이 커지면 이번에는 그 껍질 때문에 숨 막힐 지경이 된다.

껍질도 원래는 살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이다.

이미 굳어 있어 있기 때문에 껍질은 더 이상 커지지 않는다.




그때가 되면 갯가재는 아주 중요한 결정을 한다.

그 딱딱한 껍질을 벗어버리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껍질을 벗는 순간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다른 물고기들의 먹잇감이 된다.

하지만 갯가재는 그런 위험천만한 사파리의 세상에 맨 몸을 드러낸다.

갯가재는 바위틈에 숨어 들어가서 바위와 부딪히며 자신의 껍질을 깨뜨린다.

맨살이 조금씩 드러나면 엄청나게 쓰리고 아플 것이다.

죽을 것만 같은 고통이 몰려올 것이다.


하지만 갯가재는 그 고통을 참아내며 익숙한 껍질을 벗어버린다.
그리고 다시는 그 껍질을 찾지 않는다

오히려 거센 물살과 거친 모래에 부딪혀가면서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고 그 상처가 딱딱하게 굳은살이 만들게 한다.

그렇게 해서 온몸을 굳은살들로 채우면 그 굳은살이 새로운 껍데기가 되는 것이다.

갯가재는 이렇게 익숙한 껍질을 벗고 새 껍질을 만드는 일을 반복하면서 점점 더 성장해 간다.




일평생 하나의 껍질만으로 살아가는 갯가재는 없다.

몸이 작을 때는 보호막이 되지만 몸이 커지면 숨 막히는 감옥처럼 여겨지는 것이 껍질이다.

껍질을 벗지 않으면 그 껍질이 몸을 짓눌러 성장할 수가 없다.

성장하지 않으면 죽는다.

껍질 안에서 숨 막혀 죽을 수만은 없다.

그래서 갯가재는 과감하게 껍질을 벗는다.


갯가재처럼 눈에 보이는 껍질은 없지만 우리도 분명 껍질을 벗으며 살아간다.

엄마 뱃속에 있던 태아가 밖으로 나올 때 하나의 껍질을 벗는다.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유치원으로 갈 때 또 하나의 껍질을 벗는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진학할 때마다 껍질을 벗고 새 껍질을 만든다.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내던져질 때에도 껍데기를 벗는다.

아무런 보호막도 갖추지 못한 채 맨몸으로 세상과 부딪히면서 우리 자신만의 껍질을 만들어낸다.

누구도 도와줄 수가 없다.

자신의 껍질은 자신이 벗어야 한다.




근대 교육학의 기초를 제공한 장 자크 루소는 그의 책 <에밀>에서 부모가 자녀를 너무 보호하려고만 하지 말고 인생의 매서운 바람을 온몸과 마음으로 직접 맞을 수 있게 하라고 충고하였다.

아이들이 인생의 어려움들을 직접 경험해야 더욱 강인한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인생의 통과의례를 지날 때마다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성장통을 경험한다.

키가 커지면서 살이 터져나가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처절한 고뇌와 정처 없는 방황의 시간들을 겪고 땀과 눈물도 한없이 흘린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것이다.

절대로 어느 한 날 갑자기 불쑥 커지는 게 아니다.


우리는 아직도 다 자란 것이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야 한다.

몇 번이나 더 껍질을 벗어야 할지 모르겠다.

생이 다 하는 날까지 껍질을 벗고 성장하는 과정을 계속해야 한다.

좁아터진 껍질 안에서 질식하며 살 수는 없다.

껍질을 벗으며 계속 성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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