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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Jul 30. 2021

공감하지 못하면 괜히 생트집만 잡는다


사람을 만나면 호불호가 분명히 갈린다.

눈빛만 봐도 반가운 사람이 있고 눈을 마주치기도 싫은 사람이 있다.

목소리만 들어도 좋아서 가슴이 뛰는 사람이 있고 목소리 듣기조차 버거운 사람이 있다.

그가 하는 일은 다 좋아 보이는 사람이 있고 ‘저 사람은 왜 저럴까?’하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지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도 없어서 애만 태울 때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생각이 다르고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서 그렇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누구나 자기만의 독특한 생각이 있다.

그 생각으로 자기를 살리고 자기가 속한 공동체를 지켜가려고 한다.

망하기 위해서 일하는 사람은 없다.

다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것과 차이가 있으면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는 틀렸고 내가 맞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대로, 내 방식대로 가야 한다고 믿는다.




자기의 생각을 정답으로 삼고 다른 사람을 바라보면 세상 모든 사람이 다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니면 자기가 세운 기준치에 도달한 사람은 합격이고 나머지는 불합격으로 처리하려고 한다.

인생을 너무 간단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인생에 합격과 불합격이 어디 있는가?

태어나는 순간 사람은 하나의 독특한 인생을 살아간다.

성공한 인생, 실패한 인생이란 말 자체도 삶을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고 큰 권력을 얻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들 여긴다.

정확히 말하면 돈 버는 데는 성공했고 권력을 얻는 데는 성공한 인생이라고 해야 한다.

다른 부분에서는 ‘글쎄요’이다.

대인관계는 어떤지, 가족들에게는 어떤 존재인지, 건강을 챙기는 데는 성공했는지, 생각과 사상은 어떤지, 후대 사람들에게는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우리로서는 잘 알 수가 없다.

쉽게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 사람의 삶을 살아보지 않으면 그 사람을 다 안다고 할 수 없다.

고전문학을 보면서 등장인물들이 왜 그런 삶을 살았을까 답답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 19세기의 신분제사회를 어떻게 다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인권 존중을 외치는 시대에 사는 우리가 계급이 낮다는 이유로, 여성이나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만 했던 시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일단은 보이는 모습 그대로를 바라보아야 한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않았겠지만 그 사람은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공감도 해주어야 한다.

주인공이 그 장면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고 헤어져야 작품이 되는 것이다.

공감하지 못하면 괜히 생트집만 잡게 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어야 한다며 등장인물들을 죽이고 살리면 삼류소설도 안 된다.




동화작가로 많이 알려진 권정생 선생의 <한티재고개>는 대를 거치며 한 많은 인생을 살다 간 사람들을 그리고 있다.

도무지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비참한 인생군상들이 보인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기를 쓰고 살다 갔기 때문에 오늘의 우리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소설은 그 사실을 깊이 깨닫게 해 준다.

내 할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고 여자를 좋아하셨고 놀음을 좋아하셨다.

내 나이 일곱 살 때 할아버지를 처음 뵈었다.

그전까지는 일본에서 사셨기 때문이다.

1년 남짓 계시다가 돌아가셨다.

그게 할아버지와의 추억 전부이다.


커가면서 할아버지의 과거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잘 사셨는지 모르겠지만 가족들에게는 너무나 큰 아픔이었다.

성공적인 삶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실패한 삶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확실한 사실은 할아버지가 계셨기 때문에 내가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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