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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Aug 23. 2021

불안한 사람들이 만나 행복한 사람들이 되었다


복면을 쓰고 권총을 든 은행강도는 어떤 사람일까?

아주 무시무시한 괴한의 이미지가 퍼뜩 떠오른다.

조직폭력배나 약물중독자 아니면 전과 기록이 있는 흉악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성별은 남자일 테고 말이다.

그런데 그 은행강도가 조직폭력배도 아니고 약물중독자도 아니고 전과 기록도 없는 평범한 시민이라면?

더군다나 무서운 인상도 아닌 아리따운 미모의 여성이라면?

손에 들고 있는 권총이 진짜 총이 아니고 장난감이라면?

이혼당하고 직장에서 쫓겨나고 은행 대출도 거절당한 상태에서 당장 다음 달 집 월세를 낼 수 없는 사람이 우연히 장난감 권총을 발견하고 얼떨결에 은행에 들어가서 월세 낼 돈만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면?

새 직장을 잡아 한 달 후에 이자까지 쳐서 갚으려고 했다면?

뭐 이런 이야기가 다 있을까 싶은데 얼마든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이다.

내 주변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저 카페 안에 제 여자친구가 있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당연히 남성일 것이다.

그런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여자가 여자를 향해서 나의 여자친구라고 말하는 것은 이상한가?

이상하게 들린다!

왜?

대답은 하기는 어렵지만 여자가 여자를 부를 때는 그냥 ‘친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여자친구’라고 굳이 성별을 넣어서 부르는 것은 이성인 남자가 부를 때에만 해당되는 것 아닐까?

그런 법칙은 없다.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우리의 실생활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니, 나의 생각 체계에서 문제가 된다.

여자친구라고 말하는 사람은 남자여야 한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매일 일어난다.

‘이것은 이래야 해!’라는 잘난 마음이 나에게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척 보고서 사람을 견적내려고 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아간다.




<오베라는 남자>라는 책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프레드릭 배크만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 그리고 고정관념을 내려놓으라 한다.

직접 마이크를 잡고 말하지 않고 <불안한 사람들>이라는 책을 통해서 글로써 외친다.


일류 회사의 최고위급 인사는 마냥 행복한 삶을 살 것 같은가?

맞벌이 부부 중에서 한 명이 육아를 책임져야 한다면 누가 해야 하는가?

이번에는 내 차례이고 다음에는 당신 차례라고 했는데 정말 다음 차례가 올 수 있을까?

평생 부부 금슬이 좋았던 사람은 배우자 외에 다른 사람을 생각해본 적이 없을까?

인질로 잡혔는데 인질범과 함께 피자를 시켜 먹으면서 웃고 울고 이 얘기 저 얘기 할 수 있을까?

범죄자와 함께 지내다가 범죄자를 불쌍히 여기는 스톡홀름증후군이라는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불안한 사람들>은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다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아픔과 고민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고 있다.

여러 사람이 한 건물을 바라볼 때 내가 보는 방향에서 그 건물을 보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은 다른 방향에서 본다.

나와 똑같이 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내가 보는 것이 정답이라고 우기면서 살아왔다.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이 외쳤다.

‘제발 그 편견과 선입견을 좀 내려놓을 수 없을까?’라고 말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하나씩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내려놓았더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제일 먼저는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다음에는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바보 같고 형편없는 사람들 같았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불안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각자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내려놓았더니 서로 감싸주고 사랑하는 행복한 사람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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