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수(治水)보다 치심(治心)이 먼저다

by 박은석


사람 몸의 70%는 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몸 안에 물을 담고 있다.

생명체 하나하나가 물주머니인 셈이다.

물주머니인 몸에서 물이 빠져나가면 생명체는 말라비틀어져 죽게 된다.

물은 생명체가 생존하는 데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도 지표면의 70%가 물로 채워져 있다고 한다.

지구도 거대한 물주머니이다.

지구가 물을 품고 있기 때문에 온갖 생물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인류가 우주선을 쏘아 달과 화성을 탐사하고 있는데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곳에 물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곳에 물이 있다면 생명체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달에서 물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달토끼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달토끼도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 물을 먹으러 갈 텐데 그 옹달샘을 여태 찾지 못하고 있다.




물이 생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에 물이 곧 생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생명을 보면 기뻐하듯이 하늘에서 물이 내리면 기뻐한다.

단순하게 비가 온다고 하지 않고 ‘비님이 오신다’고 했던 이유가 다 있다.

누구나 다 물을 반겨 맞이한다.


하지만 그렇게 좋은 물도 너무 많으면 오히려 생명을 앗아가는 ‘괴물’이 되고 만다.

성경의 노아 시대에는 너무 많은 물 때문에 세상이 생지옥이 되었었다.

지구촌 곳곳에서 반복되는 홍수들은 한 사람의 생명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뒤흔들어버리고 있다.

어쩌면 물이 부족해서 가뭄을 맞는 것보다 물이 많아서 홍수를 맞는 것이 더 큰 재앙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물을 잘 다스리는 임금이 나라를 잘 다스리는 성군(成君)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반면에 물을 잘 다스리지 못하면, 정치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넘어서 하늘이 인정해주지 않는 군주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조선 태종 이방원은 한양 도성의 물길을 여는 개천(開川) 공사를 감행했다.

해마다 장마철이면 남산, 인왕산, 북악산 등지에서 흘러내린 물이 경복궁 앞에서 모여 난리를 쳤기 때문이다.

하필 궁궐 앞에서 물난리가 일어났으니 왕실의 체통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경복궁 앞에서부터 지금의 성수대교까지 10Km에 달하는 물길을 낸 것이다.

어마어마한 공사였고 많은 사람들이 공사판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그때 만든 물길이 바로 청계천(淸溪川)이다.

이 개천 공사로 인해서 이방원은 물난리도 막았고 민심도 얻었다.


1980년대 들어서 한강의 홍수를 막는다며 한강종합개발이 시행되었다.

그 결과 홍수는 막았다.

그러나 시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광나루, 여의나루, 마포나루들이 사라졌다.

여름철 개구쟁이들이 뛰놀던 백사장과 뚝섬 해수욕장도, 겨울철 썰매를 타고 스케이트를 솜씨를 뽐냈던 빙상장도 이제는 빛바랜 흑백사진으로만 남아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물을 다스리려고 애를 써 왔다.

그러나 물은 인간의 다스림을 허용하지 않는다.

바닷물을 막아서 간척지를 만들었다고 좋아했지만 간척지보다 더 소중한 갯벌을 잃었다.

갯벌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명들을 잃었고 갯벌이 뿜어내는 산소를 잃었다.

갯벌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일자리도 잃었다.

댐을 만들어서 물을 막게 되었다고 자랑했는데 그 댐 때문에 정든 집과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

만에 하나 댐이 무너지게 되면 대재앙의 물난리를 겪을 수도 있다.


오늘날 전 세계가 겪는 물난리는 노아 홍수의 복사판이다.

노아 시대에도 인간의 탐욕 때문에 물난리가 났고 지금도 인간의 탐욕 때문에 물난리가 나고 있다.

둑을 높이 쌓고 댐을 크게 만들수록 그 안에 탐욕만 더 많이 채우고 있다.

언젠가 터지는 날이 오면 끝장이다.

그러니 물을 다스릴 게 아니라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치수(治水)보다 치심(治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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