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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바닥짐은 무엇일까?
by
박은석
Sep 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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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배가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물이 출렁일 때마다 배도 출렁인다.
그런데도 배 안의 짐들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고정 핀을 잘 박고 밧줄로 단단하게 묶어놨기 때문이 아니다.
물결에 따라 배가 이쪽저쪽으로 살짝살짝 기울어지다가도 곧바로 중심을 잘 잡기 때문이다.
아주 거대한 풍랑을 만나서 배가 뒤집어지지 않는 한, 배는 짐들이 한쪽으로 쏠릴 틈을 주지 않는다.
그 원인은 배의 밑바닥에 있는 바닥짐 때문이다.
바닥짐은 주로 물이나 모래 같은 것으로 꽤 무게가 나간다.
항구에 들어온 배를 보면 배 옆면에 물에 닿는 높이에 긴 선이 그어져 있다.
그 위쪽의 페인트 색깔과 아래쪽의 페인트 색깔이 다르다.
그 선까지 물에 잠겨야 한다는 표시이다.
배의 짐이 많으면 그만큼 배가 무거워지니까 이때는 바닥짐을 좀 줄인다.
반면에 짐이 적으면 배가 가벼워지니까 이때는 바닥짐을 많이 채운다.
자동차도 있고 기차도 있고 비행기도 있는데 굳이 배를 이용하는 이유는 한 번에 많은 짐을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배 한 대에는 가능한 많은 짐을 실으려고 한다.
그런데 배 한 대가 실어 나를 수 있는 짐의 무게는 제한되어 있다.
더 많은 짐을 싣고 싶은데 바닥짐이 이미 차지하는 무게가 있기 때문에 배가 실을 수 있는 전체 짐의 무게에서 바닥짐 무게만큼 빼야 한다.
바닥짐을 많이 싣고 간다고 해서 어디다 팔아먹을 수도 없다.
바닥짐은 상품가치가 있는 짐이 아니다.
경제적인 득실을 따지면 바닥짐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손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바닥짐을 빼라고 하지 않는다.
바닥짐이 있어야 배가 균형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닥짐은 단순히 배가 물에 잠기는 높낮이만 조절해주는 게 아니다.
배가 이쪽으로 쏠리면 바닥짐은 저쪽으로 몰려가서 배가 기울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준다.
어떤 물건이든지 아랫부분은 가벼운데 윗부분이 무거우면 중심을 잡을 수 없다.
금방 무너진다.
물건의 하중을 받치는 아랫부분이 중요하다.
건물을 지을 때도 기초공사를 하면서 땅의 기반을 다질 때가 제일 시간이 많이 간다.
일단 기반을 다지고 나면 2층 3층 올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하지만 기반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으면 건물을 올릴 수가 없다.
사상누각이 되고 말 게 뻔하기 때문이다.
배도 마찬가지다.
물 밑에 잠기는 아랫부분이 중요하다.
아래쪽은 가벼운데 물 위의 올라 있는 위쪽에 잔뜩 짐을 싣는다면 배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전복될 수밖에 없다.
배에 물건을 많이 싣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물건을 안전하게 건네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배 아랫부분에 바닥짐을 충분히 채워야 한다.
바닥짐이 든든해야 무게중심을 잡을 수 있다.
바닥짐이 잘 받쳐줘야 배가 안정적으로 운항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을 배 타고 항해하는 것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각자 자기 자신이라는 배가 있다.
먼 길을 가야 하니까 각자 필요하고 소중한 짐들을 실을 것이다.
학력이라는 짐도 있고 재력이라는 짐도 있고 능력의 짐, 건강의 짐, 인간관계의 짐들도 있다.
그것들을 하나씩 실어놓을 것이다.
그것들은 모두 우리의 인생 항해에 필요하고 중요한 짐들이다.
눈에 보이니까 실었는지 안 실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도 짐을 실어야 한다.
바닥짐이다.
쓸모없이 무거운 짐으로 보이기도 할 것이다.
쉽게 구할 수 있는 값어치 없는 짐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짐이다.
나를 잡아주고 넘어지지 않게 해 주는 소중한 짐이다.
내 인생의 바닥짐은 무엇일까?
가족?
신앙?
가치관?
남들은 모르겠지만 그것이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다.
꼭 필요하고 소중한 나의 바닥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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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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