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가슴 벅찬 오늘 하루
먼지가 있어서 순금이 되고 흠이 있어서 사람이 된다
by
박은석
Sep 13. 2021
아래로
금이든 은이든 땅을 파서 얻는 보석들은 처음에는 흙과 돌덩이에 섞여서 얼핏 보면 빛이 좀 비치는 그냥 돌조각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돌조각을 가져다가 흙과 모래 등의 불순물들을 조금씩 제거하다 보면 그 안에 도사리고 있던 찬란한 보석을 만날 수 있다.
특히나 금은 외부환경의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물속에서 녹슬지도 않고 뜨거운 불에서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금은 불변한다는 말을 한다.
금광석을 뜨거운 불로 제련하면 그 안에 있던 티끌과 먼지들은 연기로 사라지고 순수한 금 분자만 남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순금이 탄생한다.
그런데 순수한 금 분자는 뭉쳐지지 않고 고작해야 액체 상태로 남는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금광석을 제련할 때 먼지를 100% 다 제거하면 안 된다.
그러면 반지도 목걸이도 만들 수 없다.
보석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아주 작게나마 먼지가 끼어들어 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99.5%의 금에 0.5%의 이물질이 들어 있으면 순금(純金)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그건 먼지가 여전히 많은 잡금이고 99.9%의 순도를 지녀야 순금이라고 한다.
둘이 싸우는 모습을 보기 싫은 사람들은 아예 ‘순금’이라는 명칭을 없애버리자고 한다.
99.5%든, 99.9%든 순금도 아니면서 순금인 척한다는 거다.
어쨌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금 중에서 불순물 제로의 순수한 금은 사실상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18K니, 24K니 따지지 말고 그냥 금인가보다 하고 사는 게 속 편할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러겠나?
“24K라야 순금인데
당신이 가진 것은 18K니까 24분의 18이네.
고작 75%짜리 금이네.
별것 아니구먼!”
이라며 평가절하한다.
진짜 순금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을까?
24K나 18K나 오십보백보라고 할 것이다.
때가 조금 있으나 많이 있으나 그것들은 모두 때 낀 것들이라고 할 것이다.
순금처럼 살고 싶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몸과 마음으로 살고 싶었다.
이 더러운 세상에 그래도 깨끗한 사람이 있다고 외치고 싶었다.
순금을 만들려면 제련 과정이 필요하다기에 나에게 다가오는 힘든 일들을 제련 과정이라고 여겼다.
지금 고생하는 것은 더 좋은 나를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이라며 나 자신을 세뇌시키기도 했다.
위대한 인물들의 삶을 들여다보니 다들 견디기 힘든 제련 과정들이 있었다.
성경에서 고난의 대명사로 불리는 욥도 엄청 큰 시련을 겪었다.
그 과정들을 견디면 순금처럼 찬란히 빛나는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 마음 덕분인지 어지간한 일들은 견딜 수 있었다.
수월하면 수월하게 견디고 힘들면 힘든 대로 견뎠다.
그 일들이 제련 과정이 맞긴 맞는 것 같았다.
안 좋은 이야기로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내가 보기에도 나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내가 모르는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내 앞에서는 나에게 있는 먼지와 티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반짝이는 것들만 말하면서 칭찬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통째로 빛나는 사람인 줄 알았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반짝반짝 빛을 내라고 요구했다.
순금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티끌이 보이면 안 되고 완벽해야 한다고 했다.
소크라테스처럼, 공자처럼 완벽한 인간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몰랐다.
완벽하면 사람이 아니다.
공자의 부인은 공자와 결혼해서 1년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쳤다고 한다.
소크라테스의 부인은 잔소리를 퍼붓는 악처라고 소문나 있다.
그 여인들이 형편없는 사람이어서 그랬을까?
아마 그 부인들에게 그렇게 좋은 남자를 남편으로 뒀으니 얼마나 좋냐고 말했다면 그녀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답했을 것이다.
“한번 같이 살아보세요!”
아!!!
먼지가 있어서 순금이 되고 흠이 있어서 사람이 된다.
keyword
훈련
사람
감성에세이
40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팔로워
595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작은 차이이지만 기준을 잡아주는 사람
친밀한 말에 속아서 살아왔다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