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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Oct 05. 2021

갑자기 세상이 멈춰버리면... 낙원이 시작된다


언젠가 내가 사는 세상이 멈춰버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3차 세계대전을 염두에 두는 것이 아니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것 중에서 전기 하나만 부족해도 그런 일은 충분히 일어난다.

전기가 없어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한다면 세상은 멈춰버린다.


집에서는 냉장고를 쓸 수 없다.

아파트는 엘리베이터 가동이 중단된다.

컴퓨터를 쓸 수 없으니 네트워크가 먹통이 된다.

스마트폰을 켜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저장되어 있는 음악을 듣거나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할 정도이다.

114를 눌러도 신호음이 들리지 않는다.

길거리에는 신호등이 모두 빛을 잃어서 자동차들이 서로 엉킨다.

아수라장이다.

지하철이 제자리에 멈춰서 꿈쩍도 안 한다.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지만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두 발로 다녀야할 수밖에 없다.

전기 하나 없어졌을 뿐인데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런 사실을 아는지 이미 여러 나라에서는 미사일을 공중에서 폭파시키면 그 아래에 있는 지역의 모든 전기와 통신 시설을 마비시키는 무기를 개발했다고 한다.

강력한 전자파를 쏘아서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기계의 내부회로를 태워버리는 무기다.

만약 그런 미사일이 하나 터지면 그 지역은 순식간에 전기 없는 사회가 되어버린다.

전기가 있어도 전기를 보내고 받고 사용하는 모든 시스템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사용할 수가 없다.

아니 전기를 생산할 수도 보관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전기가 없으면 어떻게 살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그만큼 우리는 전기에 의존해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전기가 없던 시절이 언제였더라?

어린 시절 백열전등 깜빡이던 시절은 생각이 난다.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일찍 불 끄고 잠자라는 야단도 많이 맞았다.

그래도 그때에는 전기가 있었다.

전기가 없던 시절은 그야말로 까마득한 시절이었다.




전기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겠지?

아니다.

전기가 없어도 사람은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은 언제나 자신이 처한 환경에 적응했고 그 환경을 변화시키면서 살았다.

단지 좀 불편할 뿐이다.

아니 많이 불편하겠다.

있던 게 없으면 불편함은 그 없는 만큼 늘어나는 게 아니라 그보다 제곱, 세제곱으로 늘어난다.


고층 건물에 올라가야 하는 사람은 자연히 다이어트가 될 것이다.

음식을 보관할 수 없으니 버리는 음식도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다.

공장을 가동하기 힘드니 물건이 귀해서 재활용품으로 나오는 물건도 거의 없을 것이다.

멀리 가기 힘드니 가까이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살 것이다.

가능하면 자신의 의식주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아나바다 운동을 펼칠 필요가 없다.

말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게 될 것이다.

불편한 일도 많겠지만 그런대로 또 한 세상 살아갈 것이다.




세상이 멈춰버리면 지옥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이 지옥 같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현대문명을 거부하며 18세기의 농촌생활처럼 살아가는 미국의 아미쉬 마을 사람들도 잘 살아간다.

산속에 움막을 짓고 산사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들에게 그렇게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그렇게 사는 게 좋다고 한다.


200년 전에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직접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살면서 자연에서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그는 하버드대학보다 숲속에서의 삶이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고 하였다.

지금도 그의 책 <월든>이 많이 읽히는 것을 보면 사람들에게는 현대 문명을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갑자기 세상이 멈춰버리면 그때 그 자리에서 낙원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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