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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석 Oct 07. 2021

아프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폐결핵과 척추 질병 등으로 인생의 황금기인 24살 때부터 무려 13년 동안이나 병상에서 생활했던 여인이 있었다.

자신의 인생을 저주하고 낙담하며 지내던 그녀에게 어느 날 전혀 알지도 못하는 청년이 자원봉사로 병문안을 왔다.

그 자원봉사자는 아가씨에게 바깥세상의 이야기도 들려주고 노래도 불러주면서 조금이라도 편안한 시간을 가지도록 도와주었다.

좋은 친구가 되었다.


두 사람이 세 번째 만난 날 그 청년은 아가씨를 위해서 기도하겠다고 했다.

“하나님, 이 아가씨의 병을 낫게만 해주신다면 제 생명을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제발 낫게 해주십시오.”

기도를 마친 후 그는

“단 3일만이라도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다면 결혼하고 싶습니다.”

라며 청혼하였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 그녀는 ‘나는 남자를 사귈 수 있을까? 결혼을 할 수는 있을까? 아마 못할 거야!’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기적처럼 사랑이 그녀에게 걸어 들어왔다.




그렇게 사랑을 시작하여 그 둘은 결혼하였고 그녀의 몸도 기적적으로 치유되었다.

그녀는 일본에서 가장 위대한 소설가가 되었다.

그 남편은 공무원 생활을 청산하고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늘 아내의 곁을 지키면서 그녀의 글을 교정하는 비서 역할을 하였다.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감동을 끼친 소설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꼬와 그의 남편 미우라 미쓰요의 이야기이다.


이런 사랑이 있기나 할까 의아하지만 얼마든지 있다.

이것저것 다 재보고 계산해보면 사랑을 할 수가 없다.

‘몸이 아픈 사람인데,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데, 병원비와 약 값이 어마어마할 텐데.’라는 생각으로 가득하면 사랑을 할 수가 없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사랑이 밥 먹여주냐?”라는 물음에는 대답할 말이 없다.

하지만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사랑을 하는 것이다.

미래가 안 좋게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사랑 때문에 더 좋아질 수도 있다.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게 되자 미우라 아야꼬의 생활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늘 침상에 누워서 누군가의 돌봄만 받았던 사람이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주려고 했다.

사랑을 주려고 했다.

자신도 누군가에게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니 이제 누군가에게 사랑을 베풀어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비록 몸이 아파서 마음대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밝은 얼굴로 인사하고 기쁨과 감사를 전해주려고 하였다.

원망하고 저주하며 슬퍼하고 눈물 흘렸던 시간은 이미 충분했다.

이제는 그런 삶에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


그녀의 입에서는 종종 <아프지 않으면>이라는 시가 흘러나왔다.

“아프지 않으면 드리지 못할 기도가 있다.

아프지 않으면 듣지 못할 말씀이 있다.

아프지 않으면 접근하지 못할 성전이 있다.

아프지 않으면 우러러보지 못할 거룩한 얼굴이 있다.

아아! 아프지 않으면 나는 인간일 수 없다.”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아픔이 있기 때문에 부르짖었고, 기도하였으며, 슬픈 노래를 불렀고, 도움을 구하였다.

아픔 때문에 사람을 만났고 사랑을 알게 되었다.

믿음, 소망, 사랑은 다 아픔이 만들어낸 열매들이다.

지금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지나간 날 많이 아팠기 때문이다.

실컷 울었으면 실컷 웃을 수 있다.


김호연 작가는 <불편한 편의점>이란 소설에서 많이 아팠던 한 남자를 소개해준다.

그 아팠던 사람이 편의점 알바를 뛰는 동안 편의점에 들렀던 사람들이 저마다의 아픔을 치유받는다.

너무 궁금해서 사람들이 그 남자에게 당신은 누구냐고 물으면 그는 “저는 아팠던 사람입니다.”라는 식으로 대답한다.

아프지 않으면 알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인생은 하나를 알기 위해 한 번씩 아파야 하는 과정인 것 같다.

오늘 내가 아픈 이유는 무언가 배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픔이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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