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았습니다

by 박은석


내 삶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았습니다.

내 앞에 야트막한 산이 하나 있길래

저 산을 넘으면 뭔가 다를 것만 같았습니다.

신발끈을 조여매고 단걸음에 뛰어올라 보니

산 아래로 마을이 조그맣게 보이고

산 위에 있는 나는 하늘과 더 가까워 보였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스쳐갈 때

두 손을 모으고 목청껏 소리를 지르면

내 목소리가 온 사방에 울려 퍼졌습니다.

모두가 내 목소리를 반겨 맞이하는 것 같았고

세상에서 제일 높은 자리에 내가 오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눈을 돌려 앞을 보니

내가 서 있는 산등성이보다 조금은 더 높은 산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산 앞에서 기죽지 않으려고 내친김에 저 산도 넘어보리라 달려들었습니다.

그렇게 내 인생의 산을 넘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한 고개 한 고개 산을 넘을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생각했지만

고갯마루에 올라보면

내 앞에 또 다른 산이 여전히 버티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가 두렵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그곳에 주저앉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산을 넘어와 버렸습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지금껏 걸어온 이 길을

계속 걸어가는 선택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 삶 앞에 버티고 있는 또 하나의 산을

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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