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짓 하나로, 눈짓 하나로 내 마음을 표현해보자

by 박은석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생후 9개월 정도 되면 분명한 손짓을 하면서 자기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고 한다.

조금 더 지나면 자기를 바라보는 사람과 눈을 맞추면서 그 사람의 속마음을 알아맞힌다.

그러니까 돌이 된 아이는 손짓만으로도 앞에 있는 사람이 무엇을 가리키는지 알 수 있고 눈짓만으로도 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헤아린다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보는 데서는 부모가 입도 조심하고 행동도 조심해야 한다.

안 보는 것 같지만 다 보고 있고 안 듣는 것 같지만 다 듣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무섭다.

부부만 알고 있다고 여긴 비밀이 온 동네에 쫙 퍼지는 것은 미처 몰랐던 눈과 귀가 있었기 때문이다.

낮말을 듣는 새도 밤말을 듣는 쥐도 어디 안 보이는 데 숨어 있던 게 아니었다.

바로 코앞에 있었다.

눈짓만으로도 알아차리는 최정예의 스파이가 한 지붕 아래 있었다.




우리에게는 이렇게 익숙한 손짓과 눈짓이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원숭이 종류들은 손짓을 좀 하는 것 같기도 한데 사람처럼 다양한 의미를 지닌 손짓이 아니다.

기껏해야 방향을 가리키는 것 정도인 것 같다.

그런데 사람의 손짓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사소통이 된다.

청각장애인들처럼 굳이 수화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손짓만으로도 우리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반가우면 손을 좌우로 여러 번 흔들면 되고 싫어서 거절하고 싶으면 손을 한 번 저으면 된다.

어색한 상황이면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하고 어깨 한 번 으쓱하면 된다.

앞에 있는 사람에게 이리 오라고 또는 저리 가라고 하는 것도 손 한 번 까딱하면 된다.

검투사들의 경기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황제는 엄지손가락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것으로 승자에게 패자를 살려주라고 아니면 죽이라고 명령할 수 있었다.

말이 필요 없었다.




손짓 못지않게 눈짓도 훌륭한 의사 표현의 수단이다.

눈을 얼마나 크게 떴는지 가늘게 떴는지, 눈빛에 어리는 그림자가 어떤지, 눈가에 물기가 어느 정도 촉촉이 맺혀 있는지만 봐도 그 사람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첫눈에 반했다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것은 눈짓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니 눈짓과 손짓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환상적인 표현방법이 된다.

조물주는 사람에게 의사소통을 할 있도록 입을 만들어주셨고 또 귀를 만들어주셨다.

그것만으로는 아쉬웠는지 손과 눈을 만들어주셨다.

손이나 눈은 입과 귀의 대용품이 아니다.

입과 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의 소리와 감정을 전달하고 받아들이는 기관이다.

일찍이 미켈란젤로도 그 사실을 알았던 것인지 로마의 성 시스티나 성당 천정에 하나님과 아담이 서로 바라보면서 손짓을 하는 모습으로 <천지창조>를 그려놓았다.




손짓과 눈짓은 어쩌면 마음의 언어이고 영혼의 언어인 것 같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더 큰소리로 외치는 것보다 가만히 다가가서 손 한 번 잡아주면 될 때가 얼마나 많은가?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그윽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밀려올 때가 또 얼마나 많은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니 너무 좋아서 황홀경에 빠질 때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아 온 몸이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할 때도 손짓과 눈짓이 살아 있으면 다시 일어설 희망이 있다.

손짓과 눈짓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까지 우리의 마음을 표현하는 귀중한 수단이다.

말과 글을 배우기도 전부터 손짓과 눈짓은 우리를 세상과 연결시켜주었다.

말을 하지 못해도 글을 쓰지 못해도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오늘은 손짓 하나로, 또 눈짓 하나로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표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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