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일은 언젠가 내가 꿈꾸었던 일이다

by 박은석


궁금한 게 있는데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살까?

도심 한복판을 걷다 보면 문득문득 드는 생각이다.

특히 나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을 보면 그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어쩌다가 편의점 점주가 되었을까?

어쩌다가 분식집을 열었을까?

어쩌다가 청과물장사가 되었을까?

그 사연이 듣고 싶어진다.

우연히 주인장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기면 물어보기도 한다.

어쩌다가 이 일을 하게 되었느냐고 말이다.

그러면 주인장은 구구절절했던 지난날의 일들을 풀어놓는다.

한 편의 소설이 펼쳐진다.

자신이 이런 일을 하며 살아가리라 생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어쩌다 보니까 이 일을 하게 되었다는 게 대부분의 대답이었다.

그들도 어렸을 때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다녔을 것이다.

마틴 루터 킹만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꿈이 있었다.

“나는 커서 뭐가 될래요.”라며 일기도 쓰고 그림도 그렸다.




어렸을 적의 그 꿈을 현실화시켜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 꿈을 맞춘다.

대통령이 꿈이라면 대통령이 되기 위한 과정들을 밟아가야 하는데 그건 싫었다.

그래서 꿈을 바꿨다.

과학자가 되기로.

그런데 과학자가 되는 길도 만만하지가 않았다.

그래서 또 꿈을 바꿨다.

회사원으로.

그렇게 몇 번 꿈을 바꾸다 보니까 뭐가 되긴 했다.

남에게 내세울만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것도 내 꿈 중의 하나였다.

취업준비생일 때는 합격통지서를 받는 게 꿈이었다.

자기가 지원한 회사에 출근하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 회사에 들어가서 보니 마음이 달라진 것뿐이다.

‘내 꿈은 이게 아니었는데’라며 겉도는 사람들이 있다.

그가 모르는 사실이 있다.

그는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꿈을 이룬 것이다.

거기서 또 다른 꿈을 꾸고 또 하나의 꿈을 이루면서 살면 된다.




아침저녁으로 지나다니는 우리 동네에는 수십 개의 식당이 있다.

카페도 여남은 점포가 있다.

카센터도 많다.

나는 잘 모르지만 미용사들은 미용실이 이 골목에 몇 개나 된다고 알고 있다.

편의점도 네댓 개 된다.

철물점도 있고 유리가게도 있다.

그 한 집 한 집이 다 특징이 있다.

만만치 않은 일이다.

고깃집을 운영하던 사람이 횟집을 운영하기는 어렵다.

미용사가 이발사가 되기도 어렵다.

업종이 비슷하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그 일의 노하우가 있고 경영방침이 있다.

그것을 습득하는 것은 꿈과 같은 일들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숱한 노력과 연구의 결과이다.

나의 자존심을 죽이고 손님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도 기술이고 실력이다.

가게를 차리기까지 수백 수천 번 꿈을 꾸었을 것이다.

개업할 때 그 하나의 꿈을 이루었다.

그리고 계속 꿈을 꾸고 꿈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내 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무척 평범해 보인다.

그 사람들이 하는 일들도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나라를 살리고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는 거창한 일들이 아니다.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아주 사소한 일에 속한다.

그렇지만 그 일들도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일들이 아니다.

숱하게 많은 꿈을 꾸고 그 꿈의 사닥다리를 하나씩 올라가야만 가능한 일이다.

나에게 해보라고 하면 나는 자신이 없다.

“순댓국집 차려볼래?”라고 물으면 절대 못한다고 할 것이다.

닭갈비집은?

그것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꿈이 있어야 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

그러니까 어쩌다 보니까 이 일을 하게 되었다는 말은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다.

그 일은 그 사람의 꿈이었고 그 사람은 엄청난 노력을 들여서 그 꿈을 이룬 대단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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