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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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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Dec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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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영어사전을 편찬하는 옥스퍼드 랭귀지에서는 해마다 그해에 가장 영향력이 많았던 어휘를 하나 선정하여 ‘올해의 단어’라고 지칭한다.
지난 10월 31일에 2021년의 단어를 발표했는데 그 단어는 바로 ‘Vax’이다.
Vax는 백신(Vaccine)을 줄여서 부르는 말인데 2021년 한 해 동안 엄청난 조회수와 사용빈도수를 기록했다고 한다.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고 각 나라에 보급되면서 전 세계인의 관심 어휘가 된 것이다.
우리도 사람들을 만나면 “백신 맞았어요?”라고 물어본다.
소아마비 백신도 있고 독감 백신도 있지만 다들 코로나 백신으로 받아들인다.
20년 30쯤 후에 우리가 2021년을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한다면 “아! 그때 백신이 나왔어.
내가 그때 백신을 맞았어.”라고 할 것이다.
백신이 올해를 특징짓는 말이고 2021년을 기억하게 하는 단어가 될 것이다.
이처럼 하나의 사건이나 단어가 그 한 해를 통째로 설명하기도 한다.
어떻게 단어 하나, 사건 하나가 한 해를 설명하느냐며 억지 같은 주장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
내 경우를 들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1972년에는 내가 태어났고 1979년은 하얀 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국민학교에 입학한 해이다.
1986년에는 라면만 먹고 뛰었다는 임춘애 선수의 서울 아시안게임이 있었고 1988년은 굴렁쇠 소년이 운동장을 달렸던 서울올림픽의 해이다.
1991년에는 대학 입학을 하면서 서울살이를 시작했고 1992년은 서태지와 아이들을 알게 된 해이다.
1999년에는 오랜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고 2002년은 “대한민국!”을 외쳤던 한일월드컵의 해이다.
2005년에는 딸을 낳아 내가 아빠가 되었고 2008년에는 아들을 낳은 해이다.
각 연도마다 별의별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나는 나에게 있었던 하나의 사건으로, 하나의 단어로 그 해를 기억한다.
운동경기에서는 한 팀에서 오랫동안 활약을 했던 선수가 은퇴할 때 그 선수의 등번호를 ‘영구결번’으로 지정하는 일이 있다.
그러면 그 팀에서는 더 이상 어떤 선수도 그 번호를 자신의 등번호로 사용할 수가 없다.
팬들은 시간이 지나도 등번호만 대면 은퇴한 그 선수를 떠올린다.
그 번호는 그 선수를 전설적인 영웅으로 추앙해주는 번호가 된다.
선수가 자기 팀을 넘어서 다른 팀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경우에는 아예 그 번호가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기도 한다.
축구 황제 펠레의 등번호는 10번이었다.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마라도나의 등번호도 10번이었다.
그러니 이제는 등번호 10번을 단 선수가 축구경기장에 등장하면 사람들은 그 선수를 그 팀의 최고 공격수라고 생각한다.
선수들도 10번 등번호를 다는 것을 큰 영광과 큰 부담으로 받아들인다.
등번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 선수의 위치와 실력과 명성을 드러낸다.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는 오래전부터 해마다 그다음 해를 예측하면서 10개의 키워드를 제시하고 있다.
연말에 <트렌드 코리아>라는 제목으로 출간되는 이 책에는 여러 전문가들이 각각의 키워드를 가지고 사회현상과 경제 동향을 제시한다.
이런 연구에 따라 내 인생의 트렌드들을 꼽으라면 어떤 것들을 제시할 수 있을까?
올해의 단어는 그해에 월등히 많이 사용된 단어이다.
올해의 트렌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까 내 인생의 트렌드라는 것은 내 삶을 통해서 빈번히 드러나는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내 인생의 트렌드가 듣기 좋은 단어로 뽑히기를 원한다면 내가 그 단어에 맞게 살아가면 된다.
착한 사람이란 말을 듣고 싶으면 착한 일을 많이 하면 된다.
정직한 사람이란 트렌드를 얻고 싶으면 정직하게 살면 된다.
내 인생의 단어가 무엇인지 내 인생의 트렌드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 없다.
내가 듣고 싶은 말대로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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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석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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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2009년 1년 200권 읽기 운동 시작. 2021년부터 1년 300권 읽기 운동으로 상향 . 하루에 칼럼 한 편 쓰기. 책과 삶에서 얻은 교훈을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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