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배우고 잘못 알았던 것은 인정해야 한다

by 박은석


모든 학문은 서로 연결고리가 있어서 한 분야에 능통하면 다른 분야에도 일가견을 갖게 된다.

현대사회에서는 개개인의 전문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한 분야만 잘하면 된다는 인식이 많이 깔려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방미인 같은 다재다능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다산 정약용 같은 사람을 오늘날 우리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문학박사에 철학박사이고 수학, 건축학, 경제학, 정치외교학 박사이기도 할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도 최소한 두세 가지 분야에 통달해 있었다.

기원전 569년에 태어난 피타고라스도 철학, 수학, 음악, 건축학과 천문학을 두루 섭렵한 인물이었다.

이런 사람들은 사소한 것도 허투루 보지 않는다.

깊이 있게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왜 그럴까?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맞는 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피타고라스가 곰곰이 살펴보니까 우주만물은 각각 어떤 질서를 따르고 있는 것 같았다.

삼각형 모양을 만들려고 해도 어떤 질서가 적용되었고 사각형을 만들려고 해도 그에 맞는 질서를 따라야 했다.

대장간 옆을 지나가다가 망치로 쇠붙이를 때리는 소리를 들었는데 망치마다 소리가 달랐다.

궁금하던 차에 연구해 보니 망치의 길이와 무게에 따라서 소리의 높낮이가 달랐다.

그리고 여러 개의 망치소리가 서로 어울리면 아름다운 화음이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는 존재하는 모든 만물에는 어떤 질서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부지런히 그 질서들를 찾았다.

그 결과 그 질서들은 일정한 숫자의 조합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직각삼각형에서 직각으로 만나는 두 변의 제곱의 합은 빗변의 제곱과 같다는 공식들을 발견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탄생한 것이다.

그 기쁨에 겨워 그는 ‘만물의 근원은 수(數)’라고 하였다.




만물의 근원이 수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숫자들이 질서정연한 조합을 이룰 때 가장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라고 여기게 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피타고라스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면 이제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당연히 피타고라스와 그의 제자들은 완벽한 숫자의 조합을 이루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피타고라스 학파에 들어가면 엄격한 규율을 따라야 했다.

일단 일정기간 동안은 말하지 않는 훈련을 받았고, 모직물로 만든 거친 옷을 입어야 했으며, 정해진 음식 외에는 아무것이나 먹고 마실 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일상생활의 모든 행동이 엄격한 규칙을 따라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피타고라스 학파의 사람들은 무슨 특수조직의 구성원인 것 같았다.

피타고라스의 말은 완벽한 질서를 따른 진리의 말씀으로 받아들였고 그에 반하는 말을 하면 세상을 무너뜨리는 나쁜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히파수스는 직각삼각형의 두 변의 길이가 각각 1인 삼각형에서는 그 빗변의 길이를 구할 수 없었다.

직각인 두 변의 제곱의 합 2는 빗변의 제곱과 같아야 한다.

하지만 제곱해서 2가 되는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시의 숫자 개념은 1, 2, 3과 같은 정수와 분수들로만 생각했다.

수직선의 어느 위치에 점을 찍을 수 있어야 숫자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히파수스가 점을 찍을 수 없는 수를 발견했다.

바로 무리수 √2이다.

무리수 √2의 길이는 1.414213...으로 어느 한 지점이라고 찍을 수 없다.

만물의 근원이 질서 있는 숫자라고 가르친 피타고라스의 가르침에 어긋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피타고라스 학파는 위대한 스승님의 가르침을 지키기 위해 무리수 √2를 발견한 히파수스를 바다에 던져 죽이는 무리수를 두었다.

모르면 배워야 하고 잘못 알았던 것은 인정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꼭 내가 아는 누구와 같다.


모르면 배우고 잘못 알았던 것은 인정해야 한다001.jp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