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에서 또 올라왔다

by 박은석


아랫집에서 또 올라왔다.

이번 달 들어 두 번째다.

소리 내지 않고 현관문에 쪽지만 붙이고 갔다.

아내는 그 쪽지를 읽고 가슴이 두근 반 세 근 반이다.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한 흔적이 글에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밤중에는 주의를 해 달라는 부탁의 글이다.

부드럽게 부탁이라지만 우리는 꾸지람으로 읽는다.

우리도 알고 아랫집에서도 안다.

이 도시가 개발될 때 건설사들이 날림공사를 많이 했다.

바닷모래를 시멘트에 섞었다는 기사도 있었다.

건축자재들에도 문제가 많았다.

층간소음에 대해서도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윗집, 아랫집의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서로 더 조심하고 서로 더 배려하며 살아간다.

그래도 간혹 참기 힘든 경우가 있다.

아랫집도 그랬다.

참고 참다가 쪽지를 남긴다고 했다.

그 심정을 이해한다.

오죽했으면 올라왔을까?

분명 아랫집에서는 소음이 심했을 거다.




밤중에 쿵쿵쿵 울린다고 해서 세탁기 때문인가 건조기 때문인가 생각이 되어서 밤에는 세탁도 건조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커서 이제는 뛰지도 않는다.

그래도 발자국 소리가 울릴 수 있기 때문에 아들에게는 특히 더 주의를 준다.

애들은 자기 방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든지 컴퓨터를 보든지 하는 게 집에서의 일상이다.

안방에 텔레비전이 있지만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나는 주로 새벽 한 시까지 거실에서 책을 보며 타이핑을 하다가 잠을 잔다.

음악을 틀어놓기는 하지만 클래식 음악을 조용히 튼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이어폰으로 듣는다.

아내는 그래도 우리 집에서 소음이 나긴 할 거라고 말을 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에는 거의 소음 제로이다.

예전에도 아랫집에서 시끄럽다며 올라왔는데 마침 그때 우리는 이부자리를 깔고 누워 있었다.

따지러 왔다가 그 모습을 보고 민망했는지 몇 마디 주고받고 내려갔다.




종종 윗집에 손주들이 왔는지 어린애가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달리기 하듯이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저쪽 끝에서 이쪽 끝으로 뛴다.

혹시 그 소리가 우리 집을 통과해서 아랫집까지 울리는 것은 아닐까?

조용한 새벽 시간에는 어디선가 핸드폰 진동소리도 들린다.

우리 집은 아닌데 이 진동은 윗집일까 아랫집일까 궁금할 때도 있다.

혹시 타이핑 소리가 아랫집에서는 쿵쿵거리는 소리로 들리는 것일까?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미국에서 나비가 한 번 날갯짓을 한 번 했을 뿐인데 그게 중국에서는 태풍이 된다는 말 말이다.

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서 이번에는 키보드도 조용한 것으로 바꾸기로 했다.

밤늦은 시간에 우리 집에서의 움직임이라고는 내가 타이핑하는 게 거의 전부이니까 이것만 바꾸면 이제 소음을 발생시킬 것이라곤 없을 것 같다.

아랫집에서는 윗집인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는 것을 알고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우리 집과 아랫집 사이에 또 다른 층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를 마법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비밀의 문 같은 것 말이다.

<나니아 연대기>에도 나오고 <해리포터>에도 나오고 <1Q84>에도 비밀의 문 같은 게 있었는데 혹시 그런 것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아니면 아랫집 사람들이 이명증세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사람은 이명증세가 쿵쾅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게 들린다고 하던데.

무슨 말을 하더라도 해답이 날 것 같지 않았다.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인지, 어떨 때 들리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래서 아랫집 현관문에 쪽지를 붙였다.

한밤중이어도 좋으니 소음이 날 때 한번 올라와주시라고 적었다.

진짜로 우리 식구들의 발소리인지 키보드 타이핑 소리인지 아니면 텔레비전 소리인지 그 원인을 찾아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우리 집도 아랫집도 쥐 죽은 듯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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