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집은 지은 지 25년이 넘은 낡은 빌라이다.
6개 동에 100세대가 조금 넘는다.
처음에는 깔끔했겠지만 집도 사람처럼 나이가 들어서 여기저기 고장이 난다.
이사 오는 사람은 싹 뜯어고친 후에 들어온다.
세대수가 많지 않다 보니 관리사무소 직원들도 몇 분 안 된다.
관리소장과 서무 및 경리를 담당하는 여직원, 그리고 경비아저씨 두 분이 전부이다.
집에 뭔가 고장이 나서 관리실에 연락을 하면 외주업체에 연결을 시켜준다.
마음이 급한 사람들은 꽤 불편할 것이다.
관리사무실에 전기기사라도 한 명 있으면 훨씬 나을 텐데 그럴만한 여유가 되지 않는다.
100세대에서 조금씩 추렴한 돈으로 이 빌라 전체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한 명 더 둔다면 그 인건비만큼의 관리비를 더 모아야 한다.
말은 간단한데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어는 집이든 관리비는 가능하면 적게 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불편한 점은 점점 더 많아진다.
주민들도 30-40대의 젊은 세대보다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많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연령대이다.
형광등 바꿔 끼려고 의자에 올라갔다가 넘어졌다는 말이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어르신들도 계시다.
그럴 때 제일 만만한 사람이 경비아저씨이다.
헌데 우리 경비아저씨 두 분은 모두 70대이시다.
뭘 부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경비아저씨들은 정말 열심히 일하신다.
아침 6시가 교대시간인 것 같다.
그러면 그 시간부터 24시간 근무이다.
밤 11시에서 12시 사이에 경비실 불이 꺼지는 걸 보니 그 시간이 취침시간인 것 같다.
새벽 5시에는 손전등을 들고 지하주차장은 물론이고 구석구석을 점검하신다.
내 생각에 도둑놈을 만나면 경비아저씨 실력으로는 절대 잡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아저씨들은 열심히 살펴보신다.
월요일과 목요일은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는 날이다.
종이는 종이대로 잘 넣어달라고 빈 박스를 몇 개 둔다.
거기에 차곡차곡 넣어주면 좋을 텐데 박스 밖으로 넘쳐나도록 쌓아두고 간다.
발로 한 번 밟으면 쏙 들어갈 텐데 그런 수고를 하는 사람이 흔치 않다.
폐기물이니까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라고 하는 것들도 플라스틱 버리는 곳에 몰래 버리는 사람도 있다.
음식물 쓰레기통은 정말 가관이다.
비닐 채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음식물을 담았던 비닐만 따로 버리는 통을 마련해뒀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그 통에 음식물까지 버리기도 한다.
나도 전에 한 번 그렇게 버렸다가 아차해서 그 통을 뒤집어 속에 있는 음식물 쓰레기를 빼내느라 고생한 적이 있다.
그 모습을 보신 우리 경비아저씨가 괜찮다며 그냥 두라고 하셨는데 내가 그냥 두면 그 일은 아저씨가 해야 한다.
나도 하기 싫은 일인데 아저씨인들 그 일이 편하겠는가?
경비아저씨에게 경비 일 외에 다른 일을 시키면 안 된다고 하는 뉴스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우리 빌라의 경우는 아직 그렇게 대해주지 못하고 있다.
언젠가 쓰레기 분리배출장에서 아저씨가 “우리는 종놈입니다.”라고 푸념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주민에게 분리배출에 협조해달라고 한마디 했다가 도리어 한마디 들으신 것 같았다.
내가 미안할 지경이었다.
누군가의 남편이고 아버지이고 할아버지이실 텐데.
어쩌면 우리는 모두 단군의 자손이니까 아저씨는 나에게 촌수를 잘 모르는 삼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저씨를 대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굳이 이름을 알 필요도 없다.
삼촌의 이름은 그냥 삼촌이다.
목요일 밤 집에 가는 길에 치킨이 먹고 싶어서 한 마리 사들고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한 마리 더 달라고 했다.
우리 경비아저씨 줄 거라고 했더니 치킨집 사장님이 웃으셨다.
천원을 깎아주셨다.
수지맞았다.